상담소에 커플이 찾아왔다. 아이를 유모차에 태운채, 어색한 듯 상담실로 들어왔다. 유모차를 한편에 세워놓고, 약속이라도 한 듯 소파의 양 끝에 멀찍이 떨어져 앉았다. 서로의 마음의 거리를 드러내는 듯했다. 서로의 표정은 몹시 굳어있었다. 지치고 불안한 눈빛으로 방 안을 살필 뿐 서로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나는 입을 열어 상담을 시작했다.
“어떤 이유로 상담을 찾아오게 되셨나요?”
“당신이 먼저 이야기해.”
남편이 퉁명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내는 결혼 초기부터 시작되었던 어려움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아내가 몇 마디 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남편이 끼어들었다.
“내가 언제 그랬어. 네가 먼저 시작한 거 아냐!”
아내는 답답한 듯 말했다.
“무슨 소리야, 자기가 분명히 말했잖아.”
감정이 격해지며, 서로 격양된 목소리로 싸우기 시작했다. 아내가 너무 억울하고 답답한 고개를 숙이고 소리를 내어 울었다. 저는 남편의 반응을 보고자 얼굴을 살폈다. 짜증 나고 답답한 표정에서 ‘또 우냐 또 울어?’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읽었다. 남편이 그 상황이 몹시 어색한 듯, 저에게 하소연했다.
“얘 말하는 것 좀 보세요. 맨날 이러니 제가 어떻게 참습니까?”
이에 울고 있던 아내가 화가 나서 이야기했다.
“자기만 참는 줄 알아? 나는 안 참고 사는 것 같아?”
그러자 남편이 “아이씨!” 하더니 벌떡 일어나 상담실 문을 쾅 닫고 나갔다. 벽에 걸려 있던 그림 액자가 바닥에 떨어졌다.
멀리 떨어 앉는 것도, 서로를 바라보지 못하는 것도, 예민하게 자신을 방어하는 것도, 격한 말을 내뱉는 것도, 문을 쾅 닫고 나가는 것도 이미 단절되어 있는 두 사람의 정서적 위치를 보여주는 증거다. 이런 관계적 갈등은 어쩌면 피할 수 없는 것들일지도 모르겠다. 삶은 사람과 사람이 관계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저마다 다른 가정에서 크고 자라며 부모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이후 학교나 직장 등의 모임에서 다양한 삶의 경험들을 하며 살아간다. 때문에 당연히 자신과 타인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도 다를 수밖에 없다.
이렇듯 서로 다른 인식과 해석의 틀로 인해 사람들은 다른 생각, 다른 감정, 다른 행동을 하며 사는 것이 당연하다. 그 다름은 우리에게 종종 갈등과 충돌을 일으킨다. 부부 사이에서, 부모와 자녀 사이에서, 친구 관계에서, 직장이나 모임 안에서 서로의 차이를 어쩌지 못해 불편함을 겪게 된다. 그 불편함은 내면의 불안전감을 두드린다. 그러니 자신을 방어할 수밖에 없다. 그 방어의 방법은 자신을 변명하고, 상대방을 탓을 하며, 판단하고, 비난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비난은 많은 순간 경멸과 분노로 이어진다. 언어와 행동으로 드러나는 분노들로 상처를 주고받다 보면, 서로에게 지긋지긋함을 느끼게 된다. 그때 감정의 상처를 피하고자 높게 벽을 쌓거나, 상대방을 멀리 밀어낸다. 이 단절이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관계의 회복은 어렵다.
이 차이와 다름으로 멀어진 물리적, 정서적 거리감을 가슴으로 연결시키는 것을 우리는 공감이라고 부른다. 공감은 우리에겐 익숙한 단어다. 국립 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공감이 다음과 같이 정의 내려져 있다: “남의 감정, 의견, 주장 따위에 대하여 자기도 그렇다고 느낌. 또는 그렇게 느끼는 기분.” 이 사전적 정의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공감의 의미일 것이다. 이 정의는 공감이 어떻게 시작되는지, 어떻게 하는 것인지, 어떤 목적이나 유익이 있는지,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등의 실제적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다.
심리상담의 현장에서 일을 하며 얻게 된 경험을 바탕으로 저는 공감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공감이란 상대방이 자신의 삶의 영역 안에서 본인의 견해로 해석하여 경험하는 생각과 감정과 반응을 사랑의 관심과 진지한 경청과 무비판적 수용의 자세를 통해, 그 사람의 것 그대로 인지하고, 이해하고, 느끼는 것은 물론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반응을 하여, 말하는 이에게 위로 또는 힘을 주는 것이다.”
공감비유
앞서 내린 공감의 정의가 좀 어렵다면 다음의 비유를 생각해 보면 도움이 된다.
공감은 사진을 감상하는 것과 같다: 사진을 찍을 때 뷰파인더에 찍는 사람의 시선과 정서와 생각이 담긴다. 그렇기 때문에 사진을 보며 그 상황과 의미를 생각해 보는 것은 흥미롭다. 그렇듯 공감은 그 사람이 경험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