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terMe: 24개의 더 나은 자아로 1년 살기 프로젝트
과거의 부정적 기억
60대 중반의 여성 내담자가 찾아왔다. 자신은 상담에 올 마음이 별로 없었지만 자녀들이 하도 권해서 상담소를 찾아왔다고 했다. 내담자는 오랜 시간 우울감과 두통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요즘에 특히 눈물이 더 많아진 탓에 지켜보던 자녀들이 상담을 잡아주었다. 그 내담자는 아무 기대 없이 상담소에 찾아왔다. 어떻게 지내는지 근황을 묻는 질문에 내담자는 자신의 증상에 대해 하나씩 설명했다. 나는 내담자가 호소하는 증상들의 원인을 찾기 위해 언제부터 그런 증상들이 시작되었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내담자는 속에 담아 두었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말씀을 들어보니 자녀들도 다 장성해서 손주들도 잘 자라고 있네요. 우울한 마음은 언제부터 시작된 것 같나요?"
"글쎄요. 꽤 오래되었어요. 아마도 남편이 죽고 나서부터 인 것 같아요."
"남편분이 돌아가셨군요. 그게 언제인데요?"
"한 30년 되었죠."
"아... 그렇군요.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암으로 죽었어요. 한국에서 큰 회사 다니며 잘 나가던 사람이었는데, 나 때문에 미국에 와서 고생을 너무 많이 했어요."
"선생님 때문에 미국에 오게 되었나 보네요?"
"네. 그 사람은 오기 싫다고 했는데, 내가 아이들 미국에서 키우고 싶다고 해서 막 밀어붙였어요. 그래서 억지로 온 거예요."
"와서는 고생을 많이 하셨나 봐요?"
"그럼요. 아무런 연고가 없었으니까 닥치는 대로 일을 해야 했어요. 남편은 건축일을 배운다고 다니다가 여기저기 다치기도 하고, 세탁소에 가서 일을 하기도 했어요. 공부만 하던 사람이 몸을 쓰는 일을 하니까 너무 힘들어하더라고요. 세 아이를 키우려니 돈도 많이 필요해서 그 사람이랑 나랑 밤낮없이 일을 했어요. 번듯한 가게 하나 내고 좀 괜찮아지려나 했는데, 그 사람이 췌장암에 걸렸다는 거예요. 너무 금방 세상을 떠났어요."
"그렇게 남편분을 떠나보내셨던 것에 책임이 느껴지시는 것 같네요."
"(눈물) 사실 나 때문에 죽은 거죠. 내가 미국에 가자고 하지만 않았어도, 그 고생 안 하고 암도 안 걸렸을 텐데. 아이들 잘 길러보겠다고 남편 병 걸리게 만들었어요. 다 내 잘못이에요. 아이들에게 한 번도 말한 적은 없지만, 사실 그 일이 가슴속에 늘 응어리로 남아 있어요. 그 사람한테 미안해서 재혼은 생각한 적도 없어요. 내가 이렇게 잘 지내도 되는지 불편해요. 나는 늘 죄를 지은 마음으로 살아요. 벌레 하나도 미안해서 못 죽여요."
"그 긴 시간 동안 죄책감을 품고 살아오셨으니, 행복한 순간에도 미안한 마음이 더 앞서셨을 것 같아요."
"그렇죠. 나는 그냥 이렇게 살다가 죽어야 할 것 같아요."
처음 만난 상담자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을 만큼 내담자의 내면은 자신을 향한 자책과 남편에 대한 미안함으로 꽉 차 있었다. 긴 세월의 무게를 고려하면 첫 만남에서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합리적인 설명이 내담자에게 전혀 들리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자신 때문에 남편이 암에 걸려 죽었다는 죄책감에 짓눌려 한껏 움츠러든 그녀에겐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과거의 자신과 화해하며 따뜻하게 품어내는 작업이 필요했다.
과거에 머물러 살기
이렇게 과거에 자신이 했던 선택과 말과 행동, 실수에 사로잡혀 현재의 순간을 지나치듯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과거에 머물러 살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할 걸", "~했어야 했는데"와 같은 말들로 자신의 과거의 행적을 수없이 곱씹는다.
흡연, 음주, 약물 등의 문제에 빠지게 된 것
돈을 빌려주거나, 보증을 서거나, 충동적으로 소비하며 살았던 것
책임감 없이 일을 처리하며 불성실하게 살았던 것
건강을 관리하지 못했던 것
기억에 남을 상처가 되는 행동이나 말을 한 것
남을 속이는 행동으로 큰 책임을 져야 했던 것
환경 탓을 하며 자신의 성장을 위해 투자하지 못했던 것
정서 및 신체 폭력을 벗어나지 못한 채 참으며 살았던 것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인간관계를 잘라내지 못한 것
주변 사람들의 합리적인 판단을 신뢰하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결정한 것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과도하게 희생을 하며 살았던 것
남의 말을 너무 믿다가 큰 손해를 본 것
이런 후회는 현재 삶을 사는 자신에 대한 책망으로 이어진다. 그러다 보면 그들은 현재의 삶에서 일어나는 행복한 일들의 가치를 무시하고, 의미 있는 일들에 집중하지 못한다. 더 나은 나로 살아갈 미래에 대한 기대를 품을 수 없기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얻을 수도 없다. 그런 현실의 결과가 또 과거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다시 과거에 대한 원망으로 빠져든다. 그들은 이런 부정적인 고리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잠시 뒤면 과거가 될 오늘을 낭비하고 있다.
..... 이하는 출판될 책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