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은 전 세계인들을 불안에 떨게 한 크고 작은 분쟁들이 끝없이 벌어진 한 해로 기억이 될 것 같다. 2022년에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어느덧 교착 상태에 접어들었고 수단에서는 내전이 발생했으며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케케묵은 원한에는 다시 한 번 불이 붙었다. 기관마다 발표가 조금 다르지만 분쟁 지역에서 약 6,000명의 아동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모두가 거짓과 진실을 구분 없이 내뱉고 있는 와중에 먼지로 가득한 병원에서 아이를 감싸 앉은 부모의 눈동자에는 분노와 복수심이라는 암이 자라고 있었다.
"선전포고하는 것은 늙은이다. 그러나 싸우고 죽어야 하는 것은 젊은이다."
어른들의 무절제함이 아이들의 고통을 부른다는 사실은 인류가 절대 학습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공리가 아닐까?
부모가 된 이후에 애국자, 이타적인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종종 듣고 있다.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전달하고자 하는 욕망이 사라진 시대에서 부모는 출산과 동시에 이타적인 애국자라 부름 받는다. 이상한 세상이다. 햇빛과 수분과 양분을 독식하는 이기심의 결과물일지도 모르는데. 우리는 출산율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삶에 대한 투쟁과 경외심을 잠시 망각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우리의 대지가 어떠한 물기도 머금지 못하는 야박한 절벽이라고 느껴진다.
어떤 최빈국(最貧國)의 선생님은 노동을 하느라 학교에 오지 못하는 아이들을 찾으러 다니는 일이 주 업무라고 한다. 대한민국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장기 결석한 아동이 7,000명에 달한다고 기사를 보았다. 20대 초반 복지원에서 교육 봉사를 할 때, 아이들의 옷깃 너머로 흘러나온 멍자국을 보는 일이 몹시 괴로웠다.
아기가 더 이상 울지 않는 세상은 상상만으로도 벌을 받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