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수상태에 빠진 아버지를 돌볼 때 가장 곤혹스러웠던 일은 대변 처리였다. 지역 최고의 대학병원이라는 거창한 슬로건과는 별개로 대부분의 간호 행위가 보호자와 요양보호사에게 전가되어 있었다. 석션(기관지 분비물을 빨아내는 처치), 위관영양(관으로 환자에게 영양을 공급하는 방법), 백 케어(욕창 예방을 위한 마사지)는 보호자가 으레 해야 하는 의무였다. 고등학생 혼자서 아버지의 기저귀를 벗기고, 씻기고, 채우는 일은 결코 간단하지 않았다. 아버지의 눈은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손목보다 가슴이 더 아팠다.
아기 엄마는 자연분만을 선택했다. 내 품에 안겨 아기를 낳았고 아기가 나의 가슴팍에서 캥거루 케어를 하는 동안 아기 엄마는 의료진의 집중 관리를 받아야 했다. 주인이 바뀐 자궁은 계속해서 피를 흘렸다. 아이의 기저귀보다 아기 엄마의 기저귀를 먼저, 그리고 더 자주 갈아주었다. 아내의 창백했던 안색에 혈기가 돌아올 때, 그제야 아기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기는 한쪽 눈을 겨우 뜬 채 푸른 눈동자로 우리의 실루엣을 쫓고 있었다. 기저귀에 담긴 똥은 아기처럼 작았다. 그런 아이가 10kg 가까이 체중이 불어나자 어마무시한 똥을 배출해 내기 시작했다.
조선의 왕은 매화틀이라는 변기에서 일을 치렀고 신하들은 똥의 때깔(?)을 보며 왕의 건강 상태를 평가했다고 한다. 세 사람의 기저귀는 나의 매화틀이었다. 아빠는 천천히 죽어갔고 아내는 서서히 회복하였으며 아기는 빠르게 자랐다. 주인이 떠난 매화틀에는 땀 보다 눈물 자국이 많았다. 기저귀를 갈 때마다 나는 조금씩 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