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재우고 나면 보통 저녁 9시가 훌쩍 넘는다. 언제부턴가 저녁은 야식이 되었고, 우리는 소리 없는 티브이를 숨을 죽인 채 바라본다. 시간과 에너지가 바닥이 난 관계로 밥을 사 먹는 일상이 반복되고 있다. 소파에 널브러져 식곤증을 즐기고 있을 때 낯선 기침 소리가 들렸다. 평소와 무언가 달랐다.
먼저 방에 들어선 아기 엄마는 비명을 내질렀다. 소화되지 않은 이유식으로 뒤덮인 이불. 숨을 헐떡이는 아기를 보며 폐를 쥐어짜는 고통을 느꼈다. 아기 엄마는 아기를 들어 올렸고, 나는 등을 두드리며 아기의 이름을 불렀다. 욕조에 물을 받는 동안 아기는 사색이 된 채 나의 품에 꼭 안겨있었다. 슬픈 눈에서 원망의 흐느낌이 들렸다.
안색이 돌아온 아기는 연신 하품을 했고 나는 젖은 머리 사이로 아이의 대천문을 살폈다. 드라이기로 몸을 말릴 때, 이물질을 있나 싶어 아기의 눈동자를 한참 들여다보았다. 아기의 뾰로통한 눈 속에서 무욕한 졸음과 힘겹게 싸우고 있는 두꺼운 얼굴이 보였다. 아이는 예고 없이 찾아오는 인생의 쓴맛을 느꼈고, 나와 아기 엄마는 후회에서 단내가 풍길 때까지 씹고 또 씹었다. 하루가 몽땅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