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저학년, 동화책을 왜 읽어야 할까요?
휴우. 본격적인 글을 시작하기 앞서, 고백을 하나 해야겠습니다.
저는 2007년부터 초등교사로 재직 중이고, 2014년부터 엄마로 살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육아와 교육의 현장에서 10년 넘게 살아오면서 잔뼈가 굵었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그림책 육아의 중요성을 알고 그림책을 많이 읽어 줬다고 자부합니다. 집에 있는 그림책도 500여권이 넘고, 1학년 아이들에게 한 해 읽어주는 그림책만 해도 100권이 넘지요. 그림책 육아 서적도 쓰고, 한겨레 신문에 그림책 읽어주는 선생님으로 그림책에 관한 연재 기사도 쓰고 있습니다. 얼마전에는 교육대학원에서 초기 문해력(초등학생으로 말하자면 초등학교 1, 2학년 시기)관련 논문을 쓰고 석사 학위도 땄습니다. (아, 여기까지만 읽고 오해하지 마세요. 이건 제 자랑이 아니고, 일종의 반성문이랍니다.)
한편, 아동문학에서 동화책에 대해 말해보라고 하면 사실 할 말이 많지 않습니다. 사실 얼마 전까지는 저에게 있어 '미지의 영역'이었어요. 고학년 아이들을 가르칠 때마다 온작품을 몇 권 함께 읽었고 현재 초등학교 고학년인 큰 아이에게 동화책을 권하기도 했지만, 제가 동화책에 대해 잘 알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부모님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고 봅니다. 조금 이따가 알아 봐야지, 읽어 봐야지 하던 것이 다른 우선 순위들에 밀려, 한 해, 두 해 밀리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미루던 것도 이제 벼랑 끝까지 와서 제대로 공부를 해야만 하는 순간이 찾아 왔습니다. 그 순간은 바로 그림책 읽어주기를 계속 해 오며 키우던 둘째 아이가 올해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한 이후에 찾아왔습니다. 그래도 학교에서 다독왕을 받으며 어느정도는 알아서 동화책을 읽으면서 큰 첫째 아이와는 다르게 둘째 아이는 하나부터 제 손을 거쳐야만 했어요. 재미있다는 동화책을 쥐어 줘도 열 번 중에 한 번 읽을까 말까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제가 그림책을 읽어주고 함께 대화를 나누듯 동화책을 대하지 않은 것도 그렇지만, 엄마인 저 자체도 동화책을 제대로 모르니 어떤 책부터 추천을 해 줘야 하는 지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어떻게 되었나면, 제가 공부를 시작했어요. 저는 연애도 글로 배운다던 '옛날 사람'이라 동화책 교육, 동화책 추천하는 책을 읽고 리스트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초등학교 교육 현장에 있고, 아동문학과 독서교육을 연구하던 짬바(?)가 있어서 그런지 맨땅에 헤딩하는 것보다는 조금 낫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동화책을 막 시작해야 하는 아이를 둔 부모님들께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요즘 많이 쓰는 말이라 제목에 '엄마표'라고 지칭은 하고 있지만 사실 엄마나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등 아이를 사랑하는 양육자 누구나 시작할 수 있다는 말씀을 꼭 당부드리고 싶네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아이에게 그림책을 많이 읽어주었어도 아이가 동화책으로 넘어가는 것은 또 다른 문제랍니다.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 되고 한글도 다 익혀 스스로 글을 읽을 수 있으면 글밥이 좀 더 많은 줄글책(동화책)을 아이가 알아서 잘 읽을까요? 엄마인 내가 열심히 달려왔으니 이제 '독서'라는 바톤을 아이에게 넘겨주면 알아서 잘 뛰어 줄까요? 두 질문에 대한 대답 모두, 제가 겪어보니 '아니'였습니다. 학교 현장에서 초등학교 1학년 엄마들을 많이 만나 상담을 한 결과와 제가 두 아이를 키워 본 결과가 그것을 뒷받침 해주더라고요. 이쯤되면 다들 막막하시죠? 그래서 제가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저랑 함께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막막했던 그림책 너머의 육아, 엄마표 동화책 독서교육이 조금은 쉬워지시리라 자부합니다.
자, 그럼 이제 한걸음씩 앞으로 나아가 볼까요?
먼저 그림책과 동화책, 청소년 소설의 특징을 알아 봅시다. 주로 유아기에 읽게 되는 그림책은 글과 그림이 함께 어우러져 의미를 구성하는 책입니다. 주로 책의 크기도 크고 내용도 어렵지 않으며 글밥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다음 시기, 초등학생 시기에 만나게 되는 동화책은 그림책보다 글의 비중이 커지며, 간단하고 명확한 구조 속에서 선과 악의 대비나 교훈을 통해 아이들의 도덕성과 정서를 키워주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나서는 청소년 소설을 읽게 되는데, 주로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글이 전개되며, 학교와 가족, 우정과 사랑, 자아 정체성처럼 현실적이고 복잡한 갈등을 다루어 청소년이 자신과 사회를 탐색하도록 돕는 성장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동화책을 다루게 되는데, 엄마표 동화책 교육을 하는 방법과 초등학교 1~2학년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동화책들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그림책을 넘어서야 하는 '중요한' 이 시기의 아이들을 위해서 그림책에서 동화책으로 재미있게 넘어갈 수 있는 방법들을 담을 예정입니다.
그렇다면 왜 저학년시기 '엄마표' 독서 교육이 중요할까요?
우선 이 시기는 초등학교라는 새로운 교육기관에 입학하고 한글을 본격적으로 교육과정 안에서 익히게 되어 글의 암호를 푸는 해독 단계를 넘기 때문입니다. 그 전에는 글자를 몰라도 그림책의 그림을 보며 의미를 구성하거나 양육자가 읽어주는 이야기 소리를 들으면서 이해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언제까지 이렇게만 독해를 할 수는 없죠. 이제는 글도 알았겠다, 내가 본격적으로 책이라는 걸 스스로 손에 쥐고 글자를 읽으며 문장을 이해하고 나아가 전체 책의 내용을 이해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그것이 먼저 되어야 작가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도 찾고, 책 속에 숨겨 놓은 다양한 가치에 대해 생각도 해 볼 수 있는 것이죠.
둘째로 이제 본격적으로 '스스로' 읽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독서교육의 목표는 결국 능동적인 독자를 만드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이때 책의 재미를 아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데, 그래야지만 내가 책을 찾아 읽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전시기 그림책에서 재미를 느꼈더라도 동화책은 조금 다른 문제가 됩니다. 책 크기와 글자 크기도 조금 작아지고, 글밥은 많아지며, 누가 읽어주지 않는 시기가 시작되니까요. 이 때 그림책에서 멈춰 동화책에서 재미를 느끼지 못하면 다음 단계의 책 읽기로 넘어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재미를 느끼면 읽고 싶어지고, 잘 읽게 되면 자연스럽게 또 다른 글에 도전하는 아이로 성장합니다. 반대로 잘 읽지 못하면 자기 효능감이 떨어지고 책을 읽고 싶어지지 않죠. 독서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니 책을 손에 잡지 않습니다. 선순환에서처럼 안타깝게도 악순환도 반복됩니다.
셋째로 문해력 교육, 독서 교육에서 '가정'이 정말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독서교육 정책을 보면 사실 담임 교사나 학교의 책무성이 많고, 정작 가정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빠져 있죠. 그런데 다른 공부도 그렇지만 특히 '독서'에 관한 것이라면 가정 연계 지도가 꼭 필요합니다. 아이의 문해력은 태어나자마자 발달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자라고 있기 때문이예요. 가정에서 멈추고 학교나 책 읽기, 논술 학원에서만 자라게 할 수는 없습니다. 집에서 스스로 책을 손에 드는 아이가 책을 좋아하고 책을 잘 읽게 됩니다.
초등학교 3학년 독해 능력이
초등학교 6학년 독해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시기의 독해 능력이 좋아지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답은 하나입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 독서에 재미를 느끼는 것.
결국 초등학교 1-2학년, 동화책의 재미에 빠지는 것 밖에는 답이 없죠.
다음 연재부터 차근차근, 사랑하는 우리 아이를 위한 '엄마표' 동화책 독서교육의 스텝이 시작됩니다.
유명한 독서학원 없이도 우리 아이 책의 재미를 느끼게 하고, 문해력을 성장시켜 줄 수 있어요. 양육자가 따로 엄청난 공부를 할 필요도 없습니다. 제가 먼저 공부하고 여러 연구 결과와 비교하고, 재미있는 책도 먼저 읽고 아이들에게 읽혀보고 추천해드리니까요.
잘 따라오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