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할아버지 #서병오님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화투에서 시작된다.
화투를 치는 전용 담요가 있다.
담요를 펼치고 할아버지는 화투를 친다.
화투 짝을 맞추고 계셨다.
담배 냄새가 진득하게 배인 방에서 할아버지는 짝을 맞추셨다.
“할아버지는 화투를 왜 매일 치는데?”
“이거라도 안 치면 심심해.”
할아버지 귀지 파주는 걸 좋아했다.
이유는 단 하나.
내가 팔 귀지가 잔뜩 있었다. 그래서 나는 할아버지의 귀를 좋아했다.
어릴 때는 이유를 모르겠지만 귀 파주는 일이 너무 재밌었다.
그 작은 동굴에 내가 파 올릴 귀지가 잔뜩 있었다. 그게 너무 신났다.
1909년에 태어나셨다는 얘기에 나는 할아버지에게 일본 국가를 아시느냐 물은 적이 있다.
그랬더니 할아버지는 노래까지 불러 주셨다.
기억난다.
내가 노트에 할아버지가 불러주시는 그대로를 받아 적었는데 전체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이런 식으로 받아 적었다.
시~~~~~~ 미~~~~~~
그걸 왜 적었는지 그건 또 왜 궁금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어릴 때부터 꽤나 궁금한 게 많았다.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 중 가장 큰 기억은 요강 사건이다.
할아버지 방에는 요강이 있었다.
우리는 방이 세 개였는데 겨울에는 안방과 할아버지 방만 난방을 했다.
안방에 모두 모여 자다가 연탄보일러가 고장이 나서 할아버지 방에 온 가족이 함께 잔 적이 있다.
우리는 모두 어렸고 잠버릇이 고약했다. 마치 풍차를 돌리듯 몸을 돌리고 돌렸다.
그래, 맞아.
당신이 우려하는 그 상황이 우리에게 일어났다.
험한 누군가의 발에 차여 요강이 엎어졌다.
아주 가득 찬 그 요강을 말이야.
방에 쏟아진 요강 속 그것들을 엄마가 닦아내던 것이 기억난다(우리 엄마 비위가 굉장히 약하신 분이다. 지금 나 자꾸 헛구역질이 난다).
방안 가득 똥오줌 냄새로 가득 찼고 그 겨울 우리는 문이란 문은 모두 열어놔야 했다.
춥고 구역질 나는 요강 사건, 할아버지 방에서 우리는 그렇게 겨울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