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봄 Aug 05. 2023

벗어나며.



 오랫동안 품어온 의문이 있다.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정말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것이 가능할까? 각자가 다른 환경에서 자라왔고, 다른 걸 경험했다. 같은 작품을 봐도 감상자의 수만큼 감상평이 나온다. 지난 몇 년 간 MBTI가 유행한 것도,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고자 하는 욕구를 해소해주는 수단이기에 그렇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럼에도 상호 간에는 좁혀지지 않는 벽이 있다. 나조차 나를 100프로 알지 못하는데, 어찌 남을 알 수 있을까. 매우 당연한 결론이다. 아무도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느끼는 이유, 이유 모를 외로움의 이유가 여기 있었다.


 4번째 글을 완결했을 때, 친구에게 메시지가 왔다. 5년 간 너를 봐왔지만, 이번 글로 너를 제대로 알게 된 기분이라고. 나는 sns를 잘하지 않는다. 너무도 단편적인 사람들의 모습. 실제 모습과의 간극에 혼란을 느꼈다. 그래서 글을 선호하고 남이 쓴 글을 읽기 좋아했다. 그런 만큼 친구의 메시지에 기뻐했다. 서로를 완전히 이해한다는 건 불가능하지만, 나를 깊이 이해하려는 사람이 생겼단 사실에 말이다. 그리고 나 또한 글을 핑계로 질문을 던졌다. 그를 더 이해하고 싶은 마음은 더 강해졌기 때문이다. 밤은 길었고, 무수한 이야기가 오고 갔다.


 우린 각자 다양한 고난을 넘어 왔다. 그리고 무사히 여기에 서있다. 나만 힘든 게 아니란 사실이, 모두 각자의 힘듦을 짊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내가 힘들더라도 네가 힘들지 않다면 그걸로 됐다는 만족조차 못한다. 그렇기에 말하고 싶었다. 끝없는 고난의 굴레 속에서도 분명 얻는 게 있다고, 아픔을 넘어서며 더 강해지고 있다고, 우리의 삶이 항상 나아지는 건 자명한 사실이라고 알리고 싶었다. 이미 알고 있더라도 그들의 확신에 내 마음을 더하고 싶었다. 


항상 행복할 수 없지만, 모두가 덜 불행하고 더 행복한 삶을 살길 간절히 또 간절히 바란다.

이전 09화 이사를 갑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