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내에 로또에 당첨될 수 있나 봐주세요.”
역시나 예상한 그의 질문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재미로 몇 번 본 타로였다. 간절한 바람들이 많았던 시절 ‘나의 물음에 대한 답변’을 스스로 알아보자는 마음으로 본격적으로 공부를 했었다. 이제는 주변에서도 고민들이 있을 때마다 종종 연락해 오니 나름 인정받는 취미 중 하나. 사실 많은 케이스를 접해볼수록 피드백도 늘면서 나름의 직관적인 해석 실력도 늘기에 꾸준히 봐주면 나에게도 좋기도 한 터. 당연히 정기적으로 맞게 되는 단골손님은 가족들이다.
“야구 시합 때 홈런을 치고 싶은데 칠 수 있을까요?”
“새 학기가 시작되면 모든 과목 점수를 A이상 받을 수 있을까요?”
“새 학교에서 친구도 많이 사귀고 잘 지낼 수 있을까요?”
특히 아이들의 질문을 듣다 보면 현재 무엇을 가장 걱정하고 있는지, 고민은 무엇인지를 자연스럽게 알 수 있기에 부모로서도 너무 도움이 된다. 그러함에도 정말 찾지 않는 고객은 남편이다.
“자기는 요새 고민이 있거나 궁금한 것 없어?”
“아니, 없는데?”
참 고민이 없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모든 일에 초긍정인 것 같지도 않은데. 나와 다르게 지극히 현실적인 사람이라 현재 상황에 대한 인정도 빠른 편인가 싶기도 하다.
“굳이 꼽자면 돈이지. 많이 벌 수 있나.”
계속되는 요청에 역시나 예상했던 그의 답변이다. 대체 그 '많이'가 얼마만큼인지. 굉장히 주관적일 수 있는 질문이다. 바로 이어지는 로또 관련 질문.
어쩜 나와 이리 다를까. 하긴,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을 ‘노력하지 않는 게으른 인간’으로 약간 터부시 하는 나 또한 그의 눈에는 ‘누릴 수 있다면 무조건 잡아야 하는 횡재수를 마다하는 현실감 떨어지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겠지. 따지고 보면 돈에 관심이 받는 남편 덕분에 그것을 배경으로 ‘우아한 이상’을 꿈꾸고 있을지도.
“타로는 건강이나 로또 당첨 및 주식 등과 관련된 질문은 받지 않습니다!”
“아니 그런 걸 봐줘야지. 역시 돌팔이였군.”
실제로 있는 타로의 규칙이다. 아마도 ‘죽음’의 결과 카드로 희망이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고 ‘미래의 큰돈’을 의미하는 카드만 믿으려는 사람들의 나태함을 예방하기 위함이리라.
진상 고객인 남편의 계속된 항의(?)에 우는 자식 떡하나 주는 심정으로 결과운 카드를 뽑아본다. 사실 나도 살짝 궁금하기도.
‘허황된 꿈이다’
어쩜! 내가 봐도 신기하게 맞는 결과다.
“이것 봐, 이것 봐. 로또 당참 되고 싶다면서 로또 한 장 사지 않고 있는 고객님께 아주 딱 맞는 답변입니다.”
맞는 말에 대꾸 한번 못하고 ‘흥!’ 하고 돌아서는 남편. 귀여우면서도 가끔씩 철부지 아들 같은 남편에게 어쩜 이리 적절한 답변이 나왔을까. 최근 나태해 보이는 남편의 행실에 왠지 시원하게 꾸지람을 준 것 같은 통쾌한 기분이다. 나의 오늘의 운세 카드를 한 번 봐본다.
‘가벼운 마음으로 건네는 승리의 자축’
정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