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1.
햇살이 따뜻한 7월의 낮이었다. 앨리스는 '나무 아래 반쯤 누워 책을 읽고 있'지는 못했고, 오늘도 열심히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요즘 앨리스의 몸 상태는 조금 이상했고 오늘따라 아랫배가 살짝 꿀렁꿀렁했다. 이런 앨리스를 걱정한 회사 선배가 앨리스에게 약국에서 무언가를 사다 주셨다.
앨리스는 조용히 화장실에 갔다 왔다가 생전 처음 보는 무언가를 마주쳤다. 그것은 분홍색의 두 줄이었다. 확실히 선명한 분홍색의 두 줄이었다!
그것은 아마도 토끼의 눈이었을까? 앨리스는 그 자리에서 엄청나게 신기한 토끼를 보았다. 근사한 옷을 입고 회중시계를 든 토끼가 허둥지둥 부리나케 앨리스 옆을 지나가고 있었다.
시간이 없어! 시간이 없어! 이제 10달밖에 안 남았다고!
7년간 일해온 회사 생활이 지치고 고되고 따분하던 차였다. 멋진 토끼가 참 흥미로웠던 앨리스는, 그 귀여운 토끼를 따라가기로 마음먹었다.
토끼는 나무 아래의 굴로 쏙 들어갔고, 곧이어 앨리스도 토끼굴로 들어갔는데…
2.
토끼굴은 엄청 깊었다. 앨리스는 아래로 아래로 자꾸 떨어졌다. 아래로 아래로 떨어지는 것은 아마도 기분과 체력, 식욕이 확실할 테였다.
거침없이 떨어지던 앨리스는 곧 엉덩방아를 쿵 찧었다.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어보니 신기한 문 앞에 다다라 있었다. 문구멍 틈으로 조심스레 바라보았다. 너머에는 밝고 따뜻한 정원이 보였다. 열쇠를 찾아 문을 열고 나가면 그 아름다운 정원으로 갈 수 있을 테였다.
알맞은 열쇠를 찾아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 내 몸이 알맞은 크기가 되어야 했다. 문 앞엔 케이크와 쿠키, 물약이 있었고 'TAKE ME', 'EAT ME', 'DRINK ME', 그리고 'TRY ME'가 쓰여 있었다.
앨리스는 신기한 갖가지 음식들을 먹었다. 그리고 그의 몸은 곧, 늘었다 줄었다를 끊임없이 반복하였다.
앨리스 평생, 살다 살다 처음 겪는 엄청난 신체변화였다. 제대로 못 먹어서 구토를 하고 홀쭉 살이 빠지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 세상의 모든 것이 맛있게 느껴져 푸둥푸둥 살이 올랐다. 한 겨울엔 딸기가, 아닌 밤 중엔 장어구이가 먹고 싶더랬다. 그러고 보니 점점 커지는 배에 선명한 세로줄도 새겨 있었다.
배는 점점 더 부풀었다. 이윽고 풍선처럼 빵빵해지더니 결국에는 앨리스가 자기 마음대로 앉거나 서지도 못하고, 고개를 숙여서 본인의 발을 볼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3.
몸은 점점 커졌다. 그렇게 10달을 문 앞에서 열쇠를 찾으며 기다렸다. 그런데 10달의 기간을 마친 어느 날이었다. 사실은 정원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간편하게 딸깍 열쇠로 문을 여는 게' 아니라, '앨리스 스스로 그 문을 격하게 깨부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날 앨리스는 짐승처럼 포효했다. 그리고 비로소 그 꿈의 정원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들어오기 전에는 아름답게만 보였던 정원의 생활이 막상 도착해보니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정원의 귀한 생명체를 돌보고 정원을 가꾸기 위해 앨리스는 밤낮을 너덜너덜한 몸과 정신으로 지새워야 했다. 모두 다 처음 겪는 일이었고 정말 어려웠다.
그러던 중 하루는 푸르뎅뎅한 쐐기벌레를 만났다. 영혼 없이 여기저기 배회하던 중이었다. 그런 앨리스에게 쐐기벌레가 물었다.
너는 누구니?
그러자 앨리스는 거의 울먹이는 표정과 목소리로 꾸역꾸역 대답을 하였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시다시피 '지금의 나'는 '원래의 내'가 아니거든요…
오오 가엾은 앨리스. 앨리스는 그동안 헤매고 있었다. 스스로 선택해서 토끼굴로 들어갔고, 아름다운 정원에 다다르려 10달을 버텼는데 막상 도달한 세계는 계속 어렵고 낯설었던 것이다. 육체적, 정신적 힘겨움에, '나' 자신을 잃어버린 기분, 갈 길을 잃어버린 기분이 함께 했다. 앨리스는 매일을 헤맸다. 이곳은 정말 이상한 나라였다.
앨리스는 지금도 '이상한 나라 원더랜드'에서 3년째 헤매고 있다. 과연 앨리스는 '원래의 나'를 찾을 수 있을까? 깊고 깊던 토끼굴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오늘도 앨리스의 모험은 계속되는데…!
(커즈 열 마 걸~ 따라라 따따라라라라 인 마 듀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