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컬러벨트 (1)
엄마는 흰색을 좋아했다.
여름에는 시원해 보이니까 화이트를, 겨울엔 밝아 보이니까 또 화이트를.
물론 그녀는 세련된지라 가을엔 잠시 브라운이나 블랙을 장착했다. 옷이든, 액세서리든 내가 화이트와 블랙 중 고민하고 있을 때 엄마의 조언은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분명 블랙은 칙칙해 보인다고 말할 게 뻔하니까.
엄마의 환갑 기념 떡케이크도 새하얀 백설기를 주문했다. 연분홍빛 장미 앙금이 가득한 케이크에 생일초를 꽂았다.
손주들은 며칠 더 우리 집에서 자고 가라고 떼를 썼지만 할미는 다음날 홀연히 떠났다. 내일 갈 곳이 있다고. 그런 엄마의 뒷모습이 결연해 보여 우리는 차마 말리지 못했다.
몇 달 전, 엄마가 처음 그곳에 다녀왔다고 전화했던 날이 떠올랐다. 한 번 가본 줄 알았는데 엄마는 내일부터 매일 갈 거라고 했다. 아디다스 옷을 주문했다고 덧붙이며. 엄마와 상담했다는 분이 놀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안녕하세요. 제가 지금 나이가 육십이 넘었는데 가능할까요?”
“네. 가능하십니다.”
상담 후, 엄마는 그날 저녁 바로 그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현금으로 준비해 간 교육비를 내밀었다고 했다.
생각해 보고 오셔도 된다는 말에 오늘 바로 시작하겠다고 말했단다. 너무 많은 생각을 하면 오기 힘들 일일테니. 나라면 상담하는 일도 민망해 미적거렸을 것이다. 아마 영영 못 갔을지도 모른다. 엄마는 원래 생각하는 일을 실행하는데 과감했다.
그날부터 엄마는 월화수목금 벨트를 맸다.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화이트 컬러로.
엄마가 젊었을 때 청바지에 벨트를 찼던 기억이 난다. 이번엔 청바지가 아니다. 상의 위에 띠를 두고 허리를 감싼다. 양 끝이 똑같은 길이가 되게 맞춰준 다음 매듭을 만들어 짱짱하게 묶는다.
친정에 간 어느 날, 엄마가 흰옷을 입고 흰 띠를 맨 모습을 보게 되었다. 검은 브이넥에 품이 넉넉한 흰색 상의에는 왼쪽 가슴에 태극기가 새겨져 있었다. 화장기 없이 머리를 높게 묶고 옷을 갖춰 입은 엄마가 순수하고 예뻐 보였다. 상상했던 것보다 엄마에게 잘 어울렸다.
엄마는 매일 6시면 옷을 입고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갈 것이다. 그런 다음 아파트를 가로질러 부지런히 걸어갈 것이다.
짱 태권도장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