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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교사 Apr 09. 2022

학교에서 느끼는 배려와 책임 사이

학생들을 지도하며 드는 감정과 생각들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이야기이다. 배달 음식을 먹고 문 밖에 둔 음식물에 옆집 고양이가 나와서 음식물을 먹고 죽었다고 책임지라고 말하는 옆집 사람의 이야기이다. 사랑하는 고양이를 잃은 슬픔과 아픔으로 힘든 사람의 반응일 것이다. 나 역시 고양이와 함께 살았고 고양이의 죽음을 보았던 경험도 있었기에 그 슬픔에 공감하는 바이다.


하지만 이를 좀 더 냉철하게 따지고 보면, 배달음식을 먹고 문 밖에 내놔둔 것은 의무에 속한다. 그리고 옆집 사람이 고양이를 보호하는 것도 의무에 속한다. 그런데 우연히 고양이가 밖에 둔 음식물을 먹고 영향을 받아 죽음에 이르게 된 것은 하나의 사고일 뿐이다. 그런데 옆집 주인은 배달음식을 밖에 둔 것으로 고양이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고양이를 잃은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고 슬픔에 공감하는 것은 사람으로서 보여주는 배려에 속한다. 하지만 그것이 그 사람에게 요구하는 책임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 혹시 자신의 부주의로 고양이를 죽게 했을지 모른다는 책임에 대해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옆 사람에게 투영되었을지도 모른다. 배려와 차원으로 접근해야 할지, 아니면 책임의 영역으로 바라봐야 할지 생각보다 그 경계선은 모호할 때가 많은 것 같다. 그리고 어쩌면 배려가 필요한 부분에 책임을 강요할 때도 참 많다는 생각도 한다. 우리 인생사에 생각보다 이런 일들이 많이 벌어지는 것 같다.


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아이들이 여러 가지 부탁을 할 때가 많다. 동아리 활동이나 수업 때 여러 가지 학생들의 요구사항이 있다. 특히 교과나 동아리 세부능력 특기사항 써줄 때, 동아리 활동을 도와줄 때, 상담을 할 때 이런 많은 부탁을 받는다. 교사로서 해야 하는 의무이긴 하지만 모든 학생들의 요구사항에 맞춰주는 것은 의무가 아니라 사람에 대한 따뜻한 마음에서 출발한 배려가 더 많은 것 같다. 그런데 어느덧 학생들이나 학부모님들께서 배려로 더 해주던 많은 일들을 당연히 받아들이고 왜 해주지 않느냐고 책임을 묻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은 것 같다.  


얼마 전에 고1, 2 학부모님을 대상으로 진학 강사로 연수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대학에 합격한 한 학생의 학생부 기록 일부를 보여주며 이런 식으로 기록되었다고 말했는데 나중에 한 학부모님께서 왜 내 아들의 학생부는 그렇게 정성컷 써주지 않았느냐고 항의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이런 항의와 질문에 좀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이런 경우 몇 가지로 나눠 생각해볼 수 있다. 일단 그 아들의 학교 생활이 충실히 하지 않을 경우 교사로서 학생부 기록을 잘 쓸 수 없다. 그것이 교사의 의무이다. 거짓으로 써줄 수는 없는 것이다. 좀 더 신경 써서 써주는 부분은 배려의 차원이다. 그런데 어머니께서는 자신의 아이가 어떻게 학교 생활하는지 알고 성적 등을 통해 인지하고 아이가 공부를 잘하지 못하게 된 부모로서의 책임을 교사들에게 투영하여 책임을 요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배려의 차원과 교사의 양식에 근거한 차원 해서 이야기하면 좋지만 그 이상 책임을 요구하시는 부분까지 나간다면 이는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두 번째 교사에게 본인의 의무 이상의 것들을 하는 경우 갈등이 생긴다. 실제로 교사들 사이에서도 더 많은 것들을 요구할 때 이를 받아들이고 하는 교사들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고 나의 의무만 하겠다고 의무방어전으로 나오시는 교사도 있다. 그럴 때 동료 교사로서 내가 말하는 것은 배려의 차원에서 언급해야지 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좀 어려운 부분이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하시는 선생님들이 많으시다. 이를 보면서 나 역시 존경하고 감사한 마음이 생긴다. 배려에 대한 존경과 감사.... 이것이 교사 - 학생, 교사 - 학부모 사이에 일어나야 하는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까 싶다.


얼마 전 학교운영위원회 교원위원으로 참석하여 학부모님들과 함께 오랫동안 회의를 하게 되었다. 학부모님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처음 갖게 된 생각은 학부모님들의 마음이다. 처음 겉으로 볼 때는 학부모님들이 학교와 교사들에게 딴지를 걸고 항의하는 회의이고 힘든 곳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교원 의원으로 함께 회의를 해보니 학부모님들도 학교와 학생들과 교사들을 위해 함께 하려고 하는 모습도 많이 볼 수 있었다. 학부모님이 보여주는 배려와 이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 생기게 되었다. 교단에서 가르칠 때 교사로서 부족한 부분을 많이 느낀다. 이에 대해 항의도 들어오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부분들이 서로에게 책임을 묻고 요구하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에 대한 배려와 감사로 함께 하는 시간이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배려를 강요하고 책임으로 요구하는 사회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애정과 배려로 함께 나누는 사회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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