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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교사 Apr 18. 2023

토론수업을 하며 드는 고민들

지식이 많을수록 지성은 퇴화한다

1. 서론 : 올해 생명과학1 수업 때 새로운 방식으로 수업 계획을 구성했다. 특히 신경, 뉴런, 뇌 등을 공부하면서 뇌과학 프로젝트 수업으로 5차시의 수행평가와 활동을 진행했다. 근수축 모형 실험으로 우리 근육이 어떻게 수축과 이완을 하는지 우드락, 수수깡, 빨대를 이용하여 근섬유 모형을 만들어 직접 수축, 이완시키며 원리를 설명하게 하였다. 또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뇌파 측정을 하여 집중력, 스트레스, 우울, 짜증 정도를 분석도 해보고 근전도 실험기기로 학생들이 팔근육을 수축할 때 활동전위가 어떻게 형성하는지 모니터로 보게 하였다. 그리고 뇌의 뉴런과 시냅스 연결로 뇌의 학습을 하는 것을 본뜬 인공신경망 학습으로 인공지능 학습을 간단히 제작하여 체험해보았다. 이런 다양한 실험과 활동으로 학생들인 배웠던 생명과학 이론들이 더욱 흥미롭게 다가왔다고 했고 과학기술을 체험하는 것이 좋았다는 분위기었다. 그래서 마지막에는 생명과학1 수업에서 배웠던 과학기술 중 BCI(Brain computer interface)와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윤리적 문제에 대한 토론활동을 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옳고 그름이 명확한 윤리적 판단도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점점 윤리적 판단기준이 모호해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태어나면서 유전병에 걸린 아이가 있는데 몇 년 살다가 죽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유전자 치료를 하게 된다면 기대수명까지 살 수 있다. 그러면 자연에 순리에 거스르는 선택을 할 것인가? 아닌가? 또는 5년간 냉동하고 있으면 질병에 대한 치료법이 나온다고 한다면 냉동인간이 되겠는가? 아니라면 만약 그 기술이 3개월만 냉동인간이 되면 치료법이 나온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등 과학기술의 발달로 점점 윤리적 판단이 힘들어지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내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BCI 기술로 사지마비 환장들의 뇌파를 통해 몸을 움직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한편 이 기술로 내 뇌에 다른 사람들의 의도대로 신호를 보낼 수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의 윤리적 문제에 대해 토론하게 하였다. 또한 인공지능 관련해서 자율주행차가 발달하여 완전 주행차가 되어 사고가 난다면 그 책임은 차주에게 있을까? 차회사가 져야 할까? 토론을 해보았다.

학생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이익의 관점으로 판단하고 선택하는 부분이 많음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보다 한가지 집중하게 된 사실에 근거로 주장을 말하기도 했다. 토론 수업을 하면서 노트북을 나눠주면서 많은 정보와 뉴스 기사 등을 찾아보도록 하였는데 좀 더 다른 시각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기를 바랬는데 서로 많은 대화를 하지 않고 많은 수가 비슷한 생각과 근거를 대는 것을 보게 되었다. 예전에 비해 점점 토론활동이 쉽지 않음을 깨닫게 되었다. 과연 왜 그럴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2. 본론

학생들의 토론활동이 점점 어려워지는 이유에 대해 몇 가지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첫째, 판단과 성찰의 부족이란 생각이 든다. 지금은 지식 정보화 사회이다. 엄청난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고 인터넷만 사용하면 많은 정보를 찾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 많은 지식을 빠르게 얻기는 하지만 그 정보를 가지고 정말 맞는지 생각하는 판단과 성찰할 능력이 점점 상실해 가는 것 같다. 많은 지식을 얻는 만큼 생각하고 돌아보고 사색하지는 않는다.


두 번째,  유튜브 영상과 인터넷 검색의 환경으로 인한 부작용이다.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에 의해 비슷한 영상, 콘텐츠만 반복하여 보기 때문에 점점 확증 편향으로 빠지게 되고 숏 영상에 길들여진 뇌가 되어 긴 호흡의 사고가 힘들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이는 청소년기 뇌의 발달과정을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사춘기에 되면 뇌는 소위 가지치기를 한다. 즉 많은 뉴런 신경 중에 자주 사용하는 신경은 살리고 사용하지 않는 신경을 모두 잘라버린다. 컴퓨터의 파일 최적화 과정을 겪는다. 그래서 청소년기에 독서와 글쓰기 등을 하면서 사색과 생각을 많이 하게 되면 그런 신경이 더욱 강화되어 추상적 능력, 논리력 등 고등사고를 잘 할 수 있게 되지만 그 시기에 유튜브 영상이나 게임 등으로 시각적 정보 위주로 빠르게 자극을 받고 반응하는 삶에 익숙해지면 전전두엽의 발전이 늦어지고 감정과 관계가 깊은 변연계가 더 발달하게 되어 이성이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이성적 능력이 떨어지는 뇌구조로 바뀌게 된다.(뇌가소성 이론)


셋째, 정답만을 강조하는 학교 교육 및 평가시스템이다. 학생들은 중학교 때부터 제대로 시험을 보게 된다. 그런데 대부분 정답을 맞히는 객관식 문항이다. 이런 문항은 다양한 사고와 생각을 할 수 없도록 방해하는 평가방식이다. 즉 발산적 사고를 하지 못하게 막는 평가 방식인 것이다.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수업 내용 중에 시험에 나오지 않는 내용은 잘 듣지 않는다. 그리고 수업 내용의 과정은 대충 듣고 그 결과만 요구한다. 그래서 정답이 뭐에요? 이런 시스템 속에서 점점 학생들은 과정보다는 결과 중심적 사고와 태도를 가지게 되고 그 과정 속에서 얻는 많은 유익을 놓치게 된다. 그래서 이제 학교 수업에서는 100% 수행평가, 과정중심 수업 등이 등장하여 이런 부분을 조금씩 보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 역시 고3 진로과목은 100% 수행평가로 학생참여, 활동 중심 수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험은 지필평가, 객관식 평가이기에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다름을 틀림으로 인식하는 태도이다. 나와 다른 것에 대해 인정하고 존중하기보다 나와 다르면 공격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편협한 시각도 존재하는 것 같다. 다른 것이지 틀린 것이 아닌데 어느덧 상대방을 쉽게 조롱하고 협오하는 말을 쉽게 하기도 한다. 과거 우리 학교 홈페이지에서 문과, 이과를 나누던 당시 문과 만세!, 이과 만세! 등으로 서로를 공격하고 커뮤니티에서 싸우던 모습도 보게 된다. 나와 다른 집단, 개인에 대해 쉽게 인정하지 않고 같은 무리 안에 있을 때 편안함을 느끼는 감정도 있는 듯하다. 에히리 프롬의 '자유에서의 도피'에서 말한 것처럼 강력한 힘과 집단안에 있을 때 편안함을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3. 결론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많은 지식과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요즘 어떤 현상을 자기 관점을 가지고 판단하고 말할 수 있는 지성은 점점 퇴화하는 것 같다. 과거 TV에서 하던 토론 프로그램에 대한 인기도 떨어진 것 같고 유튜브에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영상만 보게 된다. 그럴수록 점점 자기만의 관점과 생각은 사라지고 남이 주입한 생각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선택하는 세상이 되는 것 같다. 특히 학생들은 공부한다는 이유도 더욱 그런 여유도, 시간도 빼앗긴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아이들에게 어려서부터 산책을 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스스로 질문하고 사색과 여백의 시간을 많이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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