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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교사 Oct 06. 2023

옳고 그름,  적당한 타이밍 그리고 친절함

15년 차 교직생활을 돌아보며

서 론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이다 보니 생기는 직업병(?)이 있다. 자꾸 남들에게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알려주는 모습과 타인의 말과 행동에 대한 옳고 그름을 판단하여 지적하는 꼰대 같은 행동이다. 두 가지 모두 긍정적으로 바라볼 때는 유익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받은 사람의 정서적 상태가 힘들거나 관계가 친밀하지 못했을 때는 굉장히 힘들고 부담스럽기도 하다. 나 역시 그런 꼰대와 같은 모습을 가진 15년 차 고등학교 교사이다. ㅋ


본 론     

1장 옳고 그름을 가르침 그리고 성공 신화

 지난 11년 차 때까지 나의 교직 생활을 돌아보면 고등학생을 엄하게 대하고 열정적으로 가르치는 모습이 강했던 것 같다. 그렇게 대하는 것이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맞다고 생각했고 학생들도 그런 교사 밑에서 자신을 꺾고 수용하여 잘 따라와 주었다. 그렇게 했을 때 교사로서 자신감과 행복함이 올라갔고 나름대로 성공신화를 쓰게 되었다. 예를 들면, 고3 담임을 할 때 학생들의 성적 향상을 위해 매일 점심시간에 항상 교실에 올라가 임장지도를 하고 학생들도 그런 분위기 속에서 같이 공부를 했다. 다른 반 담임선생님은 점심시간 지도를 하지 않았지만 나의 경우 항상 점심때마다 교실에서 공부하도록 조용히 시키고 같이 공부하도록 한 것이다. 또한 학생 개인별 상담 시 학습코칭을 하면서 암기방식, 진로상담, 진학상담, 성적 분석 등을 해주면서 학생들의 필요를 채워주었고 방과 후 수업을 하면서 수능 문제풀이를 하면서 학생들이 수능 등급이 잘 나오도록 도와주었다. 그럴 때 담임반 학생들의 성적은 향상되어 갔고 진학 성적도 타반에 비해 월등히 좋았다. 방과 후 수업을 선택할 때도 항상 나의 수업을 듣겠다고 신청을 했기에 폐강되지 않고 인기 수업으로 자리 잡기도 했다. 학생은 고3때 나의 도움을 받기를 원했고 많은 학생들이 나에게 입시 상담을 받겠다고 신청하였다. 그렇게 지난 11년 동안은 교사의 열정과 학생들의 반응 그리고 성공 신화를 써 내려갔다. 교사로서 행복했고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가르치는 것에 거침이 없었다. 다 잘 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상황은 바뀌기 시작했다.      


2장 실패 그리고 타이밍의 중요성

그런데 2019년에 코로나가 터지면서 상황은 바뀌기 시작했다. 중학생 때 학교를 나오지 않은 학생들, 온라인 수업으로 수업을 대체하면서 현장 교실 수업에 대해 크게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학생들 그리고 MZ 세대라 불리는 아이들이 자라서 고등학생이 된 것이다. 그들은 자유분방함을 추구하고 자신의 감정에 솔직히 표현하고 행동하는 세대이다. 기성세대가 주입하는 고정관념과 틀이 없이 자신이 싫어하는 것을 억지로 하지도 않고 눈치도 보지 않는다.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가정과 학교에서 체벌을 받지 않았고 자신의 욕구를 억누르기보다 채움 받고 만족을 경험하며 자라온 세대이다. 그래서 나와 같은 성공신화에 찬 꼰대 선생님을 만났을 때 충돌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 당시 나는 고3 담임을 담당했기 때문에 입시 관련한 부분에 대해 많이 가르치고 생활태도에 대해서도 지적을 하기도 했다. 고3 남학생들이기 때문에 엄하게 지도할 필요성도 있다고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학생들의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판단될 때 즉각적으로 지적하고 권면했을 때 학생들이 받아들이기 힘들어하고 나를 피하기 시작했다. 입시 상담을 요청하는 학생 수도 줄어들고 방과 후 수업 신청자도 줄어들게 되고 폐강이 되기 시작했다. 그럴 때 교사입장에서 당황스러웠다. 그동안 쌓아 올랐던 성공신화가 한꺼번에 무너진 느낌이었다. 분명 내가 가르치는 부분이 옳다고 생각하고 학생도 머리로는 옳다고 인정하지만 그 학생은 마음이 힘들고 나를 피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건 뭐지....’ 그런 학생들의 반응에 당황하였다. ‘분명 내가 말한 내용은 맞고 지금까지 성공했는데 왜 지금 학생들은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거지....’ 그 당시에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그 이유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학생과 상담을 하다가 예전에 자신에게 가르쳤던 내용에 대해 그 당시에는 나랑 별로 친하지도 않은데 선생님의 말씀이 지적질 같고 받아들이기 싫고 거부감만 들었는데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나랑 친해졌다고 생각할 때쯤 어떤 사건이 벌어지면서 선생님의 권면이 생각났고 그때 비로소 이해가 되었고 수긍이 되었다는 고백을 듣게 되었다. 그 학생의 고백을 들으면서 한 가지 깨닫게 된 것이 있었다. 교사로서 아무리 옳고 좋은 권면을 하더라도 먼저 그 학생과 정서적으로 교감하고 친해져야 한다는 것, 아직 상대방이 들을 준비가 되지 않고 힘들어할 때는 옳고 그름에 대한 내용을 참고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즉 옳고 그름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얘기할 타이밍 또한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때론 상대방이 들을 준비가 되지 않을 때는 학생이 잘 되길 바라는 교사의 애정 어린(?) 권면과 조언이 상대방에게는 칼이 되어 상처를 입힐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둘의 관계는 점점 더 깨지게 되어 라포가 형성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게 된다. 옳고 그름 이전에 먼저 들을 준비가 되어있는가? 나와의 관계에서 라포가 형성되었는가? 나는 그 학생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배제할 수 있는가? 등을 고려하게 되었다. 그래서 가르칠 타이밍이 중요했고 교사에게 필요한 것이 유능함 뿐만 아니라 오랜 참음과 인내라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3장 코로나 마스크 그리고 친절함

코로나가 터지기 직전에 대학원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그때 배운 것이 심리상담이었다. 심리학과 상담학을 배우면서 학생들의 마음을 살피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뇌과학에서 감정과 인지에 대한 메커니즘도 배우게 되었다. 뇌에 있는 편도는 정의적 여과장치에 해당하는 뇌 영역으로, 뇌에 입력된 정보를 상위 인지처리를 담당하는 전전두피질로 보내거나, 혹은 의지와 관계없이 반응하는 '생존의 뇌'로 보내는 일종의 관문 역할을 한다. 스트레스가 감각 입력의 방향을 '생존의 뇌'로 돌려버리면 그 정보는 상위 수준에서 인지적으로 처리되지 못한다. 학업 때문에 좌절하여 받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뇌에 입력된 정보가 상위 인지처리 과정을 거쳐 효과적으로 기억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학업성취 결과뿐만 아니라 그들의 노력도 인정해 주고, 성취가능한 수준의 학습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하였다. 교사에게 아무리 옳다고 생각하는 내용이 상대방에게 스트레스가 된다면 이는 생존의 뇌로 바뀌면서 가르침의 유익이 없다는 것이다. 가르침에 정서적 영향이 매우 크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학생을 대하는 교사의 친절함이다. 코로나 이후에 학생들이 다시 학교에 오게 되었고 나의 수업과 담임 상담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좀 달라진 것이 하나 있었는데 항상 마스크를 착용한다는 것이었다. 그때 1년 동안 재미있는 현상이 있었는데 마스크를 쓰면 내 얼굴에 어떤 감정이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때 학생들은 나를 덜 피하게 되었고 나를 친근히 여기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내가 인상을 써도 마스크 때문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내 감정을 알 수 없었고 그때 내가 하는 권면과 가르침을 더 잘 수용하고 따라오게 되었다. 즉 가르침에 친절함이 더해질 때 그 가르침을 잘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때부터 라포가 다시 형성되지 시작했고 마스크와 심리상담을 통해 배운 학생들을 대하는 태도 변화(친절함)으로 인해 다시 옛날에 느꼈던 행복함을 찾을 수 있었다. 가르침도 중요하지만 관계를 긍정적으로 형성하고 친절함이 더해져야 그 가르침을 완성할 수 있음을 보게 되었다.      

학습과학 일부 발췌

결 론

옳고 그름만 따지고 가르치는 것이 교사로서 젊을 때는 멋있어 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실패를 통해 배우게 된다. 옳고 그름 위에 인내와 타이밍을 더해야 하고 그 위에 학생들에 대한 친절함과 따뜻함을 더해야 훈육과 가르침이 완성된다는 것을 15년 차가 된 지금 교사로서 조금씩 발견하게 된다. 지금 배운 실패와 교훈을 벗 삼아 그렇게 앞으로의 교직생활에서 학생을 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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