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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양이 Nov 14. 2023

동물의 공감에 관한 생각


 흔히 사람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한 이들을 보고 짐승 같다고 한다. 프랑스의 한 언론은 불륜이 들통난 정치인을 보고 '음탕한 침팬지'라고 조롱했는데, 기본적으로 사람과 달리 동물이 본능에만 충실한 이기적인 존재라는 생각이 깔려 있었다. 


 동물은 정말 공감능력이 없는 존재일까?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대중의 생각이 뒤바뀌는 계기가 있었다. 고릴라 사육장에 세 살 남자아이가 떨어지자, 빈티 주아라는 암컷 고릴라가 아이를 무릎 위에 올려놓고 토닥여주다가 동물원 직원에게 데려다준 것이다. 이 일로 빈티 주아는 스타가 되었고, 타임지의 베스트 피플에 꼽혔다. 그제야 대중은 유인원에게도 동정심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반면 과학자들은 냉담했다. 사육사에게 아이를 데려다준 건 고양이가 죽은 생쥐를 자랑스럽게 보여주는 것과 같다는 말을 하는 사람이 있었고, 모성 본능에 혼란을 일으켰다고 하는 학자도 있었다. 그전까지만 해도 생물학자들은 공격성과 본능이 동물을 움직이는 근본적인 동기라고 생각했다. 유일한 예외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고릴라처럼 지능이 높은 동물이 빨간 티를 입은 금발 아이를 자기 자식으로 착각할 가능성은 없다. 빈티 주아는 다른 인간 어머니처럼 어리고 연약한 존재를 돌보고 싶은 마음에 따라 행동했을 뿐이었다. 그 점을 알고 있던 스위스의 한 고릴라 전문가는 "고릴라에 무지한 사람들만이 이 사건을 대단하게 여긴다"라고 냉담하게 말했다. 


 사실 인간과 동물의 감정을 구분 짓는 일은 불가능하다. 사람과 동물 모두 포유류의 거울신경세포를 지니고 태어난다. 동물의 감정은 인간과 정확히 같다. 아니, 인간이 동물과 같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진화론은 인간의 존재론적 위치를 신의 대리인에서 털 없는 원숭이로 끌어내렸으니까. 


 이제 과학자들은 조금 더 겸손한 위치에서 공감의 기원을 파헤치고 있다. 그 시작은 거울신경세포의 발견이다. 거울처럼 상대의 입장과 상황을 자신에게 투영하는 세포를 알아낸 것이다. 덕분에 우리는 상대방의 행동과 감정을 마치 자신이 겪은 것처럼 느끼기도 하고, 슬픔과 기쁨, 분노와 웃음이 전염되기도 한다. 의지와는 상관없이 다른 사람이 웃으면 함께 웃고, 누군가 흐느끼면 자기도 모르게 울게 되는 것이다. 둘이 하나가 되는 과정은, 그렇게 일어난다. 함께 사는 부부가 닮아가고, 리트리버가 주인을 따라 절뚝이는 것처럼. 



 그럼에도 동물의 감정과 사회성이 인간의 그것과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말하는 이가 있다면, 이 점을 꼭 말해야겠다. 거울 뉴런은 애초에 마카크원숭이에게서 발견되었다는 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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