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주인되기

by 즐겨버킷

내 삶의 주인되기


눈 밑에 두 개의 비립종이 생겼다. 방치해두니 점점 커졌다. 병원에 가야지 생각하면서도 미루고 미루다 보니 어느덧 1년이 지나버렸다. 올여름은 유난히 더워서 땀도 많이 나고, 상처가 덧날까 봐 선선한 바람이 불 때까지 기다렸다.

눈을 비빌 때마다 걸리적거려서 무심코 손톱으로 비립종을 건드렸다. “이거 쏙 나오겠는데...” 신발장 앞 거울에서 조심스럽게 눌러봤다. 쏙, 하얀 덩어리가 빠져나왔다. 피도 없이 깔끔하게 빠져나오니 속이 다 시원했다. 그 하나가 빠졌을 뿐인데, 10월에는 일이 술술 풀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생각해보니, 내 변화의 시작도 이 신발장 앞에서였다. 현관의 전신 거울을 바라보며 무릎이 늘어난 바지를 입고 있는 나를 보았을 때, 내가 아줌마가 되어버렸다는 생각에 충격을 받았었다.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

그때 그런 생각이 처음 들었다. 거울 속 그저 지친 엄마일 뿐, 늘 똑같은 일상 속에서 나란 존재는 희미해져 가고 있던 그 때.

'나는 어떤 사람이었지?' 궁금해졌다.

반전 있는 영화, 드라마를 좋아했고, 노래가사보다는 멜로디를 좋아했다. 목젖이 툭 튀어나오고 척추선따라 등이 푹 파인 남자가 이상형이었다. 철들고 싶진 않지만, 나를 어리게 보는 것은 싫었고, 섹시한 곳은 눈씻고 찾아봐도 없는데도 빨간색 립스틱을 좋아했다.

"나 다시 돌아갈래." 마치 박하사탕 속 한 장면처럼 다시 돌아가고 싶었다.

내 삶의 주인이 되고 싶었다. 아니 되어야만 했다. 생각하고 재미를 찾고 도전하며 자신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을 똑바로 바라볼 줄 아는 눈을 갖기로 다짐했다.


변화는 그렇게 사소한 순간에서 시작된다.

비립종 하나를 제거한 게 큰 사건은 아니지만, 그걸 빼면서 문득 떠오른 건, 나 자신에게 쌓아두었던 많은 것들이었다. 미루고 있던 일들, 실행에 옮기지 못한 계획들, 그리고 나를 돌보지 못한 시간들.


그래도 나를 위해 시간을 투자하고 산 것 같았는데,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작은 일조차 미루는 모습을 보며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걸 깨달았다. 어쩌면 어른이 되고 엄마가 될 때까지 한 번도 진지하게 ‘나’를 돌보는 시간을 갖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씩 떠올리고, 그것들을 계획에 넣고 실행하며 하루에 한 가지씩 나를 위한 작은 습관을 만들기로 했다. 하루의 계획을 세우고, 잠들기 전에 오늘의 감정을 돌아보며 스스로를 다독이는 루틴을 만들었다.

주기적으로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

“지금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

나의 강점을 다시 확인하며, 그 답을 찾는다. 무료로 할 수 있는 검사들은 인터넷을 조금만 검사해도 많이 찾을 수 있다. 오랜만에 강점 점검했다. 나는 여전히 에너지가 강한 활동적인 강점을 가지고 있었다. 열정적이고, 도전을 좋아한다. 요즘 작은 쇼핑몰을 시작했다. 조금은 정신없는 하루를보내다 보니, 하루 5분이라도 오롯이 나를 위해 투자하는 시간도 부족했다.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시간을 만들려고 한다. [질문있는 사람]이란 책을 좋아한다. 여기에는 100가지의 질문들이있다. 질문에 답을 하는 시간은 흔들리지 않는 나만의 중심을 찾는 시간이다. 그 5분들이 쌓이면서 나를 조금씩 더 빛나게 만든다.


반짝임은 완성의 순간이 아니라, 도전하고 경험하는 과정에 있다. 나를 마주하고, 나를 돌볼 때 내 삶은 더 깊이 빛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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