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책만을 취급했던 나를 반성하며
오랜만에 중고 서점에 갔다.
시집을 사기 위해서였다.
올해는 서점에 갈 기회를 내 스스로 만들지 않아서
죄책감이 서서히 올라올 때쯤, 중고 서점을 들렸다.
오랜만에 들린 중고 서점은 여전했지만, 책 값이 약간 올랐다.
하긴, 물가는 계속 오르지만 책 값은 여전했던
지난 몇 년을 곱씹어 보면 이 정도면 오른 것도 아니었다.
그래도 중고 서점이니 기존의 새 책보다는 저렴했다.
원래 중고 서점에서 책을 사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어렸을 때는 책을 엄청 소중하게 여겼고, 책 페이지 하나 하나 조심스럽게 넘겼다.
물론, 타인에게 나의 책을 빌려주는 것도 싫어했다.
하지만 어렸을 때 깨끗했던 책들은 언제부턴가 바래졌고 먼지가 쌓였다.
내가 아꼈던 책들도 결국에는 시간이라는 힘에 의해 변할 수 밖에 없구나,
내가 소중히 했던 것들은 시간을 이겨낼 수 없구나.
그 뒤로 나는 중고 책에 관심이 생겼고,
중고 책을 구매하는 횟수가 늘어날 수록 새로운 책을 사는 것도 부담되었다.
중고 책은 낡고 상처가 있지만, 그 나름대로의 멋이 있다.
또한, 그 책 속에 들어있는 글자와 화자의 감정, 지은이의 의도는 고스란히 담아져 있기에.
나는 중고 책을 구매하는 것에 취미를 가지기 시작했다.
나는 시집을 고를 때 제일 먼저 고려하는 건 시인의 말이다.
시인의 말을 읽으면 대략 그 시집의 분위기와
시인이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살짝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시집을 읽으면 시를 적고 싶어진다.
그때만큼은 내가 시인이 되어
세상 모든 것들을 노래하고 싶어진다.
관찰하는 것들은 시의 주제가 되고,
흥얼거렸던 노래들은 운율이 되고,
자주 쓰던 단어들은 시어가 된다.
내가 중고 서점을 끊을 수 없는 이유,
시집 안의 또 다른 시,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들.
시간이 나면 또 들려야겠다.
-며칠 전 나의 블로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