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존재하는 낭만과 현실

그 사이에 선 우리는

by 단야











꽃길만 걷자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그 제목으로 노래도 나왔었고,

사람들의 미래에 대한 축복을 빌 때

"꽃길만 걷자"라고 많이 말했다.

꽃길을 걷는 것만해도 기분이 좋아져서 그런 걸까?






생화향을 느끼고, 만개한 꽃들의 잎을 보려면

우리는 천천히 걸어야 한다.

빨리 걸으면 걸을 수록 꽃길에 대한 의미가 사라진다.

걸음이 빨라질 수록 꽃길은 내 시야에서 사라지기 마련이다.


지금 다시 와서 주변을 둘러보면 사방이 꽃이었다.

내가 무심코 걷고 있는 길은 누군가에 의해서 만들어진 꽃밭이었고.

너무 앞만 보고 걷고 뛰어서

내 옆에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꽃들을 지나친 걸 수도 있다.

가끔씩은 주변을 둘러보면서

오늘은 이 꽃이 피었구나, 하며 계절을 느끼고

이 꽃이 졌구나 하면서 세월을 느꼈으면 한다.


요즘 들어 주변을 자세히 살피는 버릇이 생겼다.

앞으로 가기만 바빴던 지난날들에 대한 반성이다.

나는 요즘 매일 반성하는 중이다.


낭만을 쫓는 사람들.

분위기 있는 곳, 운치있는 곳을 찾는 사람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현실에 매여있다.

낭만의 뜻이

현실에 매이지 않는다는 말이 바탕으로 되어 있는데도 말이다.


"낭만있게 살고 싶어"의 의미가

이제는 사람들에게

'나는 이렇게 여유롭고 자기 일도 하고 잘 지내는 사람이다.'

라고 뽐내는 게 되어버린 게 아닐까 싶다.

물론 자신의 생활과 생각을 공유하고 소통하면

그만큼 자신의 사고가 확장되는 부분도 없지 않아 있을 것이다.


나는 남들에게 보여지는 낭만은 굳이 하고 싶지 않다.

그건 낭만이 아니라 낭만을 빙자한 인정 욕구가 아닐까.

낭만을 마주할 때만큼은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남들과 같이 있을 때나 혼자 있을 때나

낭만을 추구하는 삶을 살고 싶다.

현실에 너무 얽매어 있지 않고,

그렇다고 해서 낭만에만 너무 기대고 싶지는 않다.

낭만과 현실 사이, 적당한 거리를 두고 싶다.

내가 사는 이 곳은 현실이고
나의 도피처가 내가 만든 낭만의 공간이면

자칫 현실을 외면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걱정하는 시간에도

낭만만을 기대하며 살고 싶다.

현실은 기대가 없으니까.









-몇 년 전 나의 블로그 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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