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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팅 100% 망하는 화법

― 왜 사람들은 같은 실수를 반복할까

by 유창한 언변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짤입니다.
소개팅 주선자의 현타

최근 들어 소개팅을 여러 번 주선했었다. 정말 안타깝게도 소개팅만 주선해주면 '민원'이 접수되는 사람들이 꼭 있다.


소개팅은 짧은 한두 시간 안에 ‘첫인상’을 결정짓는 자리다. 대화의 방향과 말투, 태도 하나로 상대의 마음에 불씨가 피어나기도 하고, 반대로 단숨에 식어버리기도 한다. 그런데 의외로 많은 사람이 같은 실수를 되풀이한다. 심지어 본인은 전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난 원래 이런 스타일이니까”라며 스스로를 합리화하거나, “상대가 까다로운 거지”라며 책임을 돌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 여섯 가지 화법은 단언컨대 소개팅을 망치는 지름길이다.


1. 자기 자랑 ― 호감이 아니라 피로를 남긴다


소개팅 초반부터 자신의 직업, 연봉, 학벌, 인맥을 늘어놓는 사람들이 있다. “저는 ○○대 나왔고, 지금은 대기업 다녀요. 연봉은 대략…” 식의 대화는 상대로 하여금 '내가 지금 면접관인가?' 싶은 기분을 들게 한다. 본인은 ‘자신감’을 보여주고 싶었을지 몰라도 상대는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소개팅은 파트너를 찾는 자리이지 프리젠테이션장이 아니다. 그런데 자랑이 계속되면 상대는 점점 맞춰주다가 지쳐가게 된다. 그 순간 호감은 피로와 거부감으로 바뀐다.


대안 화법: 자기 이야기를 하더라도 “저는 요즘 회사에서 이런 프로젝트 맡고 있는데, 나름 재미있더라고요. 혹시 ○○님은 일하면서 어떤 부분이 제일 즐거우세요?”처럼 상대에게 자연스럽게 공을 넘기는 방식이 좋다. 자랑이 아니라 경험을 나누고, 그 경험에서 대화를 확장하는 것이다.


2. ‘자기 이야기’만 이어가는 화법 ― 대화가 아니라 독백


대화의 균형을 맞추지 못하고 자기 이야기만 이어가는 사람도 많다. “제가 이번에… 제가 예전에… 제가 좋아하는 건…”으로 시작하는 문장이 끝없이 이어진다. 상대는 청중이 되고, 소개팅은 ‘일인 토크쇼’로 변한다.

사회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상대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때 가장 호감을 느낀다. 그런데 똑똑한 사람일수록 “내 얘기는 흥미로울 거야”라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문제는 흥미로운 얘기라도 상대가 끼어들 틈이 없다면, 결국 ‘지루한 독백’으로 끝난다는 것이다.


대안 화법: 자기 얘기를 했으면 반드시 “○○님은 어때요?”라는 질문으로 마무리해야 한다. 말하기와 질문하기를 세트로 묶는 습관을 들이면 대화의 호흡이 살아난다.


3. 캐묻기 ― 호구조사식 질문은 신뢰를 깨뜨린다


소개팅에서 연봉, 차, 집을 캐묻는 사람은 의외로 많다. “차는 무슨 차 타세요?” “월세세요, 자가세요?” 질문하는 사람은 그냥 호기심일 뿐이라고 변명하지만, 받는 사람은 불쾌하다.


이런 질문이 위험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신뢰가 쌓이기도 전에 ‘조건’을 들이대면, 상대는 자신이 사람으로서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낀다. 둘째, 상대방에게 평가당하는 느낌을 들게 한다. 그래서 이후의 대화는 어색하게 끊겨버린다.


대안 화법: 재산이나 조건보다 생활 습관, 취향 같은 가벼운 주제로 물어보는 것이 좋다. “주말에는 주로 뭐 하면서 쉬세요?” “여행 좋아하세요?” 이런 질문은 상대의 생활을 존중하면서도 자연스럽게 공감대를 만들 수 있다.


4. 다짜고짜 스킨십 ― ‘친근감’이 아니라 ‘불쾌감’이다


소개팅 자리에서 스킨십을 시도하는 건 거의 100% 역효과다. 예를 들어 “핸드크림 좀 빌려주실래요?”라고 했더니 “제가 발라드릴까요?” 하며 손을 잡거나 팔을 만지는 경우다. 본인은 친근감을 표현했다고 생각하지만, 상대는 ‘거리를 침범당했다’는 불쾌함을 느낀다. 어깨나 팔을 툭툭 건드리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상대방이 당신에게 100% 호감이 있다는 확신이 없다면 아주 위험한 행동이다(강제추행죄가 성립할 수도 있다).


신뢰가 형성되지 않은 단계에서의 신체 접촉은 사적 영역 침해로 인식된다. 이는 본능적인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며, 그 이후의 대화는 아무리 잘해도 회복하기 어렵다.


대안 화법: 상대의 사적 공간을 존중하는 태도가 가장 큰 매너다. 작은 배려가 오히려 더 큰 호감을 준다. 필요한 물건을 건네주는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


5. 눈을 피하고 건성으로 말하기 ― 무관심은 최고의 비매너다


대화 내내 눈을 마주치지 않고, 시선은 테이블이나 스마트폰에 머물러 있다면 상대는 금방 느낀다. ‘나한테 관심이 없구나.’ 상대의 말을 듣는 듯 마는 듯, 건성으로 “아, 네네” 하고 끊는 태도는 소개팅의 온도를 차갑게 만든다.


사람은 눈을 마주칠 때 더 강하게 연결감을 느낀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아이 컨택트 효과라고 한다. 짧은 순간이라도 눈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반응은 대화를 살아 움직이게 만든다.


대안 화법: 말보다 반응이 중요하다. “아, 그랬구나.” “와, 재밌겠다.”라는 짧은 리액션에 고개 끄덕임, 눈 맞춤만 더해도 상대는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고 느낀다.


6. 티 나는 거짓말 ― 신뢰는 한순간에 무너진다


소개팅에서도 거짓말은 대체로 곧 들통난다. “술 잘 못해요.” 해놓고 폭탄주를 능숙하게 돌린다거나, “여행은 잘 안 다녀요.” 해놓고 SNS에 해외여행 사진이 가득한 경우가 그렇다.


작은 거짓말일지라도 상대의 신뢰는 한 번에 깨진다. 소개팅은 화려한 포장으로 상대를 속이는 자리가 아니다. 오히려 솔직함에서 신뢰가 생기고, 신뢰에서 호감이 자란다.


대안 화법: 솔직함이 가장 큰 매력이다. 굳이 숨기지 말고 “사실 술은 좋아하는데, 건강 때문에 자주 안 마셔요.”처럼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편이 훨씬 낫다. 작은 솔직함이 오히려 상대의 마음을 열게 한다.


정리 ― ‘좋은 대화’는 기술이 아니라 태도다


소개팅을 망치는 화법에는 공통점이 있다. 상대보다 ‘나’를 우선하는 태도다. 자랑은 내 위치를 드러내려는 것이고, 지 이야기만 늘어놓는 건 내 목소리만 듣겠다는 것이며, 캐묻기는 내 기준으로 상대를 재단하려는 것이다. 다짜고짜 스킨십은 내 욕구를 앞세우는 것이고, 건성 대화와 거짓말은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태도다.


반대로 소개팅을 성공으로 이끄는 화법은 특별한 기술이 아니다. 상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질문을 던지며, 신뢰를 깨뜨리지 않는 진솔함을 지키는 것. 결국 대화의 핵심은 ‘상대를 어떻게 대하는가’에 달려 있다.


첫인상은 짧은 순간에 결정된다. 그 순간을 망치지 않으려면 ‘좋아 보이려는 말’보다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를 지켜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소개팅에서 가장 강력한 매력 포인트다.


* 이상 소개팅 민원을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은 주선자의 슬픈 몸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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