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차현유(2)

by 상재

14.


차 아저씨와 예 아저씨는 그 길로 마을 사람 수십 명을 규합하고 농기구 따위로 무장하여 관아로 쳐들어갔다.


특히 강백안 아저씨는 십여 명이 넘는 가신을 군중 사이사이에 배치하였다.


강 아저씨의 가신은 보통 사람들이 아니었다. 중국 강남과 무역하며 시시때때로 왜구와 부딪혀 싸우는 용맹한 전사들이었다.


벌써부터 피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차 아저씨는 절대 나서지 말고, 잘 지켜보라고 말했다.


두 아저씨가 이끄는 군민들은 점차 흥분하기 시작했다. 손에 익은 농기구를 들고 살기등등하게 소리쳤다. 김계생을 처단하라!


목관아는 관병으로 막혀있었다. 우리가 다가가자 관병들이 창을 세우며 위협했다.


그 뒤에서 김계생이 악다구니를 썼다. 무슨 짓이냐! 썩 물러가라!


차 아저씨는 코웃음을 치며 장낫을 휘둘렀다. 그것은 내 키만큼 컸다. 장낫은 어느새 어느 관병의 목에 걸려 있었다.


그가 미처 대응할 틈도 없이 차 아저씨는 슬쩍 당겼다.


관병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주저앉았고, 그걸 목격한 나머지 관병들이 겁먹은 얼굴로 몇 걸음씩 물러섰다.


그러자 군민들이 크게 함성을 내지르며 농기구를 앞세워 밀고 들어갔다.


사실 관병 태반이 군민들의 친척이나 이웃이었다. 그들은 제대로 싸울 생각이 처음부터 없었다.


군민이나 관병이나 박윤청과 김계생의 횡포에 질리기는 마찬가지였다. 이쯤 되니 관병들은 창을 내리고 뒤로 멀찍이 물러나 버렸다.


박윤청과 김계생은 금방 붙잡혀 무릎을 꿇게 되었다. 모두 아저씨들이 미리 알려준 그대로였다.


차 아저씨는 바닥에 꿇려진 박윤청을 똑바로 보았다.


“박윤청, 그대의 죄를 알겠소?”


“무엄하다. 풀어라. 지금이라도 뉘우치면 목숨만은 살려주겠다.”


“정말이지, 상황 파악을 못하는군. 박공, 잘 들으시오. 그대는 풍속을 다스리고 도적을 처벌해야 할 지방 장관으로서 도리어 군민의 재화를 강탈했소. 조정의 위세를 업고 세공을 빙자하여 군민의 생업을 침탈하였소. 빼앗은 재물을 사사로이 무역하여 이득을 취하고자 하였소. 모두 국법으로 엄히 금하는 것이오. 정녕 모르셨소?”


물 흐르듯 정연한 말소리가 시냇물처럼 청량하였다.


박윤청은 아무런 대꾸를 못하고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차 아저씨는 문득 함께한 군민들을 돌아보았다. 군민들이 함께 외쳤다. 처단하라! 처단하라!


분노가 내 안으로 전해졌다. 가슴에 맺혀 있던 울화가 자그마한 불씨를 만들었다.


집행하시게. 예 아저씨가 재촉했다. 차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박공, 이 판국에도 그대를 예우하여 말을 삼가는 이유는 세상에 알리기 위함이오. 우리의 궐기가 정당하였음을 말이오. 당신이 뭐라 하든 군민은 용서받을 것이오. 당신도 알고는 있겠지. 자, 이제 끝을 냅시다.”


차 아저씨는 약간의 망설임조차 없이 장낫을 휘둘렀다. 군민들의 함성으로 관아가 들썩였다.


박윤청의 목이 날아가자, 기세등등하던 김계생은 찍소리도 못하고 벌벌 떨었다.


차 아저씨는 그런 불쌍한 모습을 보고도 거리낌이 없었다. 김계생도 장낫에 목이 잘렸다.


안무사 임완이 뒤늦게 관아로 뛰어 들어왔다. 무슨 소란이냐!


차 아저씨는 임완을 제지하지 않았다. 임완은 박윤청과 김계생의 잘린 목을 발견하고 안색이 파랗게 변했다.


차 아저씨는 기가 질린 임완을 보고 하얗게 웃었다.


나는 그 웃음을 이해할 수 없었다. 최영의 토벌이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 이제 또 무슨 사달이 날까.


다 끝났소. 차 아저씨는 대수롭지 않은 투로 말했다.


그러자 임완은 우물쭈물하다가 한 마디를 간신히 내뱉었다. 어찌 감당하려고?


차 아저씨는 여전히 빙긋 웃으면서 차분하게 말했다.


“임공, 박 목사의 전횡을 어찌 내버리셨소? 카치의 소란이 끝난 지 겨우 일 년이오. 그동안 어디서 무얼 하셨습니까? 혹시 임공께서도 전횡에 가담하셨소?”


임완의 얼굴이 시커멓게 바뀌었다. 차 아저씨의 목록에는 안무사 임안도 포함되어 있었다.


물론 그가 목관아로 달려올 것까지 예상하진 못했으나, 일은 항상 계획대로 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계획보다 순조롭게 흘러가는 경우도 때로는 발생하는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안무사의 병사들과 싸울 필요가 없어지자, 차 아저씨의 표정이 그 어느 때보다 환해졌다.


임완의 어깨가 주책없이 떨려왔다.


별안간 옆에서 지켜보던 예 아저씨가 실소를 터트렸다. 이봐, 자네 따위가 안무사라고? 배짱도 없구만!


예 아저씨의 조롱에도 임완은 입을 열지 못했다. 차 아저씨의 장낫이 어느새 할퀴고 지나갔기 때문이었다.


목이 날아갈 때마다 작은 상자에 담겨 있던 아버지 얼굴이 떠올랐다. 나는 아직도 차 아저씨가 이 모든 걸 내게 보여주려는 의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


성난 군민들의 목관아에 불을 놓고 시신들을 던져 넣었다.


저것이 불탄다 하더라도 고려는 사라지지 않는다. 세공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고려는 또다시 관리를 보내올 것이고, 목관아를 다시 세울 것이고, 괴롭힘은 또 시작될 것이다.


하지만 차 아저씨의 표정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아저씨는 군민을 이끌고 다음 장소로 향했다.


그곳은 성주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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