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워하는 것은 물감없는 화가다. 그리움을 겪는 사람은 외로움도 많다. 그래서 그리움을 잊으려 바쁜 일상으로 몸을 혹사시키는 사람들도 많지만 나의 그리움은 오랜기간 외로움으로 숙성된 천성의 공간에서 만들어지는 어쩔 수 없는 것이었기에 나의 그리움은 시도 때도 없이 발병한다.
난 계절별로 그리움도 다양다. 봄엔 주로 겨울을 보내는 비가 올 무렵 찾아들고 여름은 푸른 오월이 더운 바람을 덥 힐 때쯤에 민주화의 추억과 함께 찾아들고 가을은 옷 소매가 길어질무렵 세상을 등진 나의 친한 지인들 기억에 그리워진다. 그리고 겨울은 하루하루가 매일 그리움의 연속이다. 따뜻한 모닥불에 함께 있던 그 때 그녀와 추억, 한 이불 속에서 미래를 속삭이던 밤 모든 날들이 그리움이다.
오늘처럼 흐린 아침엔 병든 사람처럼 우울하다. 그리운 병이 발병하여 난 길을 떠나야한다.
공주가는 길은 서럽다. 꿈을 꾸었던 몇 년은 행복했다.
그리고 그들의 본질을 깨달아버린 이후에 찾아온 순간은 불편했지만 나의 심적 계절은 그들과 다른 남반구. 그 때 함께 울고 웃었던 나의 동지이자 형을 만나러 간다. 용돈까지 통장으로 보내준다는 형이 요즘 식당이 그런대로 자리를 잡아가나보다. 호기를 다 부리니.
가는 길에 떠오른 그 많던 일들이 하나씩 떠올라 창밖을 보며 피식 웃는다. 창밖으로 지나가는 산들은 이미 다 물들었고 그 많은 시간 동안 우리는 왜 고속버스 여행도 많이 하질 못했을까하는 아쉬움이 지나가고 괴롭히던 그 생각없는 수많은 사람들도 지나가고 멋모르고 광장에 모이던 군중들도 떠오는데 아직도 그런 세상이라는게 갑자기 짜증으로 밀려들며 일찍 이민을 택한 현자들이 부러워진다.
내게 그리움은 외로움으로 가는 급행열차이다. 그리움에 물들다보면 나는 어느새 홀로 섬이된다.
오늘은 북유럽 어느 산장에 갇혀 볼까?
낙엽이 비처럼 내리고 겨울이 오기전 나무를 모으고 도끼질에 굵어진 팔뚝을 바라보는 써니가 흐뭇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커피 한 잔을 건넨다.
한 쪽 입가를 찡긋하며 윙크를 보내는 늙은 사랑의 서사.
나의 첫사랑은 사실상 그 대상이 그리 분명하진 않지만 고등학교 시절 그녀인듯하고 아버지의 얼굴은 40 대의 웃는 얼굴, 어머니는 내 걱정으로 찌든 50대 후반의 얼굴이고 나의 아내와 아들 딸은 기억 속에서 비가내리며 잘 보이지 않는다.
그립다. 행복했던 그 시절이 사랑하던 그 날들이!
어느덧 버스가 공주에 도착했다. 그동안 자가용으로만 다니던 길이기에 바로 택시다. 내겐 시내버스의 추억이 많지 않다. 타질 않기 때문에. 시골 버스라면 모를까!
내가 도착한 한옥마을은 항상 그렇듯 인조 대리석같다.
하지만 그리운 사람이 있는 곳이라 이내 장터거리처럼 훈훈하다.
사랑이 사랑을 싣고 마음은 또 마음을 잇는 세상을 함께 꿈꾸는 계절만 계속 될 수는 없을까?
오늘은 나뭇잎 모아 모아서 다 태워버릴까?
그리움도 외로움도 다 태워버리고 이 가을에 다시 태어나고 싶다. 누군가를 만나 다시 사랑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