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에게 보내는 편지 73
세월이 무삼 합니다. 가는 세월 누가 막겠습니까?
세월의 흔적이 곳곳에서 나타납니다.
사람에게서는
깊게 파인 주름과 파뿌리 같은 흰 머리카락으로 나타납니다.
고택의 건축물에서는
때 묻은 문설주와 고색창연한 기와 등이 세월의 흔적을 보여줍니다.
그 세월의 흔적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그 흔적을 인위적으로 거부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자연스럽게 그 변화를 받아 드림으로서 멋스러움이 더해질 것입니다.
나이를 먹어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당신에게 또 하나의 멋스러움이 새기어진다고 생각하십시오.
당신의 잔주름조차도 아름다운 것은
그간 당신의 삶의 흔적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삶의 흔적을 만드는 과정이 힘들었건 아니면 좋았건 간에
당신의 역사가 되는 그 흔적이니 승리의 전리품이기도 합니다.
그 치열한 삶이라는 전쟁터에서 패배하였다면
당신은 지긋지긋한 삶의 노예가 되어
어느 한순간도 행복함을 느끼지 못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당신 삶의 노예가 아닌 주인임을 명심하십시오.
그래서 그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것입니다.
당신 피부의 주름과 같은 이러저러한 흔적은
노화가 아니라 치열한 전쟁을 치르고 승리한 멋스러운 무늬입니다.
그 무늬는 그 누구의 무늬와도 닮지 않은 당신만의 것이고
당신 것이기에 사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제 당신이 흘려버렸다고 생각하는 그 안타까운 세월에 대해
더 이상 그리워하지 말고
지금 당신에게 입혀진 멋스러움을 사랑하십시오.
그런 당신을 저는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