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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 라이프 실천 편 3일 차

비우기 3일 차

by 조용해


오늘은 신발장입니다.


하이힐을 워낙 좋아해서 거의 하이힐이네요. 이젠 발 아파서 신지도 못하는데. 이건 이래서 버리면 안 되고 저건 저래서 버리면 안 되는 것들을 삭 무시하고 하나하나 잘 바라봐주곤 버렸네요. 그 많은 신발을 어디서 샀는지 얼마 주고 샀는지 기억이… 추억이… 새록새록. 이제 다시는 하이힐을 살일이 없을까요? ㅎㅎㅎ 부츠도 8cm, 12cm 제각각이네요. 롱부츠 뻐쩡하게 다리와 따로 노는 거 싫어해서 다리에 적당히 감기면서 부드러운 양가죽 찾아다니느라 서울시내 백화점을 다 뒤지다 뒤지다 결국엔 분당까지 가서 샀던… 거기에 구두가게 영업사원의 이 구두는 꼭 이 왁스로 닦아줘야 한다는 영업에 넘어가 사들인 왁스들까지. 따 보지도 않은 것들이 T.T


아이 신발은 어떻고요. 아이 신발은 작아지면 바로바로 버린다고 버렸는데도 아직도 못 버린 게 있어요. 이것도 한 짐.


남편 신발만 다 신을 만한 것들로 한편에 가지런히. 그도 그럴 것이 그는 하나를 사면 꼭 하나를 버리거든요. 그게 새 거든 헌거든. 거의 새 거를 버릴 때가 많아서 잔소리했는데 그의 스타일이라 첨엔 잔소리 좀 하다가 이제는 안 해요. 이게 나이 먹으면서 좋은 점이라면 좋은 점입니다. 그는 늘 제 스타일을 존중해 줍니다. 덕분에 저는 마구마구 모을 수 있었고요. ㅎㅎㅎ


신발 정리하고 돌아서는데 우산 꽂이가 눈에 들어와 우산도 정리합니다. 일기예보 체크 못해서 사들인 싸구려 편의점 우산들은 정리했어요. 식구 셋인데 우산이 15개면 제가 봐도 좀 심한 거 같네요 ㅎㅎㅎ 반으로 줄였습니다. 그래도 많네요. 차 안에 비상용으로 몇 개씩 돌아다니는 거는 비밀. 멀쩡한 우산을 버리려니 속이 좀 쓰립니다. 그래도 버리기로 했으니 out

오우... 여기도 어김없이 식당개업 우산까지. 뭐 이리 협찬을 받아가며 살았는지 ㅎㅎㅎ


우산꽂이 옆의 시들어가는 화분도 가지고 나가 조용히 화단에 투척. 애이 못쓸 똥 손. 이건 필시 손의 문제만은 아닐 게야… 미안해 꽃나무야 좋은 주인 만나 무럭무럭 크길 바라


오늘도 생각만큼은 못 버렸습니다. 아... 번뇌의 비움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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