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기 4일 차
제책상과 책장입니다.
매장에서 가장 큰 책상을 사서 쓰고 있는데도 늘 이것저것 늘어놔서 겨우 컴 자리만 자리를 마련하고 쓰고 있습니다. 늘
늘어놓고 쑤셔 박고가 취미이자 특기인지라 이 책상 살 때 일부러 서랍을 안 샀어요. 이것저것 쑤셔 박는 저를 경계하느라. 그러나 버뜨...
견과류가 좋대서 먹기로 결심하고 호두를 한 자루 샀더랬죠. 그게 한 달째 책상을 점령하고 있네요. 호두까기와 함께. 이렇게 두면 매일매일 먹게 될 거라고 최면을 걸아가며 갖고 있었어요. 이제는 먹을 것들 놓는 장에 넣어야겠어요. 정리 중인 영수증들도 한 뭉탱이... 길을 잃은 볼펜들 선글라스는 왜 여기 있는 걸까요? 언제부터 여기 있는 걸까요?
이런저런 필연 아닌 필연의 이유들을 달고 책상 위에 있던 것들을...
오늘은 이 위를 싹 비워 봤습니다.
아 살 것 같네요. ㅎㅎㅎ 며칠이나 가는지...
책장에 책들은 분명 읽은 책들인데 낯설어서 다시 보니, 보다 보니 읽은 책이네요.
이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사실 정리시간은 얼마 안 되고 책을 다시 보는 시간이 많이 들었어요.
예전 읽은 책들은 이렇게라도 책장을 차지하고 있으니 제가 확인이 가능한테 요몇년간은 전자책들을 읽으니 제가 어떤 책들을 읽었는지 가물가물하여 읽은 지 불과 1년도 안 된 책을 못 알아보고 또 빌렸던 적이 있어요. '스토너'라는 책인데... 돌아다니다가 리뷰가 좋길래 오 재미있겠다. 하고 빌리니 읽은 책이더라고요. 그것도 정말 미화된 중년 노교수의 치정을 대단한 삶의 철학 인양 선전해대서 혼자 정말 분노하며 리뷰에 하나하나 반박해가며 신나게 비평하며 읽던 책인데 ㅎㅎㅎ 빌리면서 책 표지도 봤는데 전혀 새로운 거 있죠??? 차암... 큰일입니다.
책상에 나 뒤 굴던 작년 영수증들을 정리하는 덕분에 1년간의 영수증을 제자리로 보낼 수 있었네요. 작년 것을 못 비워서 갈길을 잃어했던 1월의 영수증들을 파일 안으로 넣을 수 있게 되었어요 ㅎㅎㅎ 그래도 다행이지 뭐예요. 2월이 오기 전에 했으니 말이에요. 그 12칸으로 나눠진 그 파일... 그거 하나 더 살 뻔했잖아요.
책상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는데 이렇게 깨끗하니 마음이 다 안정되는 거 같아요. 앞으론 자주자주 비워야겠어요.
이곳은...
이렇게 비우기를 하다 보면 심심하거든요. 그래서 요새 듣는 팟캐스트입니다.
alone라는 러브스토리를 이야기해주는 옛날 라디오 극장 같은 팟캐스트인데 듣다 보면 분륜 이야기 재혼 이야기 등등 흥미 있는 이야기들이 있어요. 그래서 안 들리는 영어 게 관심이 간답니다. 뭐래 뭐래 이럼서ㅎㅎㅎ 어제 우산꽂이 치우다가는 5화 언브렐러 이야기가 생각났었어요. '부부의 세계'처럼 부인이 집에 누가 봐도 여자여자한 우산이 뒹굴러 다니는 걸 보다가 촉이 이상해서 남편에게 물어보면서 시작하는데... 여자들의 촉이란 동서양을 막론하나 봐요... 스포는 여기까지.
https://podcasts.apple.com/us/podcast/alone-a-love-story/id12766196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