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의 이면
그즈음 우리 집은 집을 샀다. 단층집을 사서 이층을 올리는 게 당시 우리 동네에 유행처럼 번지던 때였다. 아빠 친구분이 건축업자셨는데 아빠 친구라는 단 하나의 이유로 집의 어떤 부분이 엄마 마음에 안 들게 진행되는 날이면 그때는 전쟁이었다. 거짓말 안 보태고 벽돌 한 장이 올라갈 때마다 부부싸움을 했다. 이유는 다양했다. 원래 유약을 발라 구운 오지벽돌로 외벽을 하기로 했는데 그래서 값도 그렇게 치렀는데 나중에 올려진 건 유약을 바르지 않은 일반 벽돌이었다. 그런 식이 었다. 그런 날이면 여지없이 부부싸움이 이어졌다. 원래 남에게 뭔가를 요구하기를 꺼리는 성격인 아빠는 엄마와 부부싸움을 한 다음날에야 마지못해 건축업자를 찾아가 잘잘못을 가리는 그런 프로세스였다. 기초 공사부터 마무리 공사까지 꽤 오랜 기간 촘촘히도 부부싸움이 이어졌다. 덕분에 나는 집이 지어지는 기초 공사부터 마무리 공사까지의 단계를 상세히 기억하고 있다. 그즈음 엄마 아빠의 부부싸움의 테마를 엮으면 맨땅에 집 한 채가 지어진다. 어이없게도 나는 지금까지도 그 프로세스를 가끔 복기하곤 한다. 이유는 모른다. 왜 그러는지... 그즈음 나는 초등학생이 알기엔 너무 전문 용어였던 시멘트 양생이라던지, 미장, 오가네, 와꾸등의 일본어로 된 건축 용어들을 자연스럽게 터득해 갔다.
인간에게 있어 유년기의 기억은 때로는 그 사람의 일생을 좌우하는 좌표가 된다. 그것이 불안감에 대한 기억일 경우 더더욱 그렇다. 불안감이란 놈은 실체가 없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도 적용이 빠르다. 내면에 자리 잡고 있던 이것은 부지불식간에 증폭돼서 나타나기도 하고 은근히 뒤에서 사람을 조정하기도 한다. 그 당시 인간은 그것의 실체를 모르기 때문에 자신이 아마도 원래 그런 성격일 것이라고 쉽게 합의해 버린다. 우울함은 그 지점으로부터 조용히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