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유독 술에 취한 상태로 자주 동행정복지센터를 찾아와서 도움을 요청하는 기초생활수급자분이 있었다.
당시 40대 중반의 남성이었다. 어머니, 중학생 딸과 함께 살고 있었다. 술을 매우 자주 많이 드셨다. 술에 취한채 찾아와 쌀, 라면, 자녀 학원연계 등의 지원을 몇 시간씩 요청하여 다른분의 상담까지 어렵게 하는 반갑지 않은 분이었다.
한참 일할 나이의 젊은 분이셨지만 자신은 알콜중독자라 일을 못하니 나라에서 자신을 도와주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반복하였다. 자신은 힘들게 군 생활 하며 나라도 지키고 왔는데 지금 세 식구인 자신의 가정에
나라에서는 너무 적은 생계비를 준다고 불평하였다. 자신에게는 노모와 초등학교 고학년 딸이 있으니 자신은 밉더라도 가족을 생각해서라도 기초수급생계비 이외에 현금후원이나 물품후원을 더 연계해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사회복지사가 그런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술에 취한 그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아이가 컴퓨터 모니터를 바꿔달라고 하는데 아무도 지원해 주지 않아서 본인이 건설현장에 일용근로를 며칠 나가서 아이에게 모니터를 사 주었다고 이야기 하셨다.
그 날 그분은 나에게 몇 년간 써먹을 꼬투리가 잡혔다.
그분이 반복되는 후원 요청을 하면 이렇게 이야기 했다. 선생님은 자제분이 필요하다면 선생님 일해서 모니터까지 마련해 주실 수 있는 능력이 있으신 분 아니십니까? 선생님의 자제분도 이 물품이 아빠 일해서 벌어온 돈으로 마련해주신 것인지 아니면 어떤 기관에서 전달된 후원품 인지 알고 있지 않습니까? 선생님의 능력으로 아이에게 모니터를 사주었던 것처럼 아이의 다른 필요를 채워 줄 수도 있지 않습니까? 선생님이 술을 줄이고 건강하게 사회생활하는 모습을 딸에게 보여주시면, 따님이 더 행복하지 않겠습니까?
술에 취한 그분의 반복되는 요청을 끊기 위해 꺼내는 이야기이기도 했지만, 그분을 머쓱하게 하는 것이 아이의 모니터 이야기를 꺼내는 목표는 아니었다. 진심으로 그분이 딸의 필요를 채워주는 아버지의 자리를 찾아가기를 바랐다. 그분이 과도한 후원 요청을 하실 때, 당신은 당신의 필요를 스스로 채울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임을 강조한 후 후원물품 부족 등의 이유를 말했을 때, 보다 수월하게 대화가 마무리 되곤 했다. 한동안은...
그분이 이제는 성인이 되었을 딸에게 좋은 기억을 많이 남겨주었을 아빠가 되셨기를 바란다.
Brunch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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