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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ieker Mar 18. 2024

자갈밭에 피는 민들레꽃을 보다

2016년 2월, 며칠간 저소득층 대학생 장학금 신청관련 서류를 접수했다.   

  

당시 우리시에서는 일부 대학 신입생과 재학생에게 1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재학생 30명에게는 자활기금을 통해 100만원씩 2학기, 신입생 25명에게는 일본에서 사업에 성공한 한 독지가의 후원으로 100만원 1회를 지급했다.   

   

내가 근무한 동에서는 재학생 4명, 신입생 4명이 대학생 장학금 지원을 신청 했다.   

   

재학생 장학금을 신청한 4명의 학생 중 3명은 학점이 4점대였다. 그 중 한 명은 불과 몇 개월전 의가사 제대 후 삶이 너무 힘들어 찾아왔던 A씨 였다. A씨는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였고 학교식당에서 안내 아르바이트를 하며 식사를 해결한다고 했다. 척추질환으로 다른 아르바이트는 못하고 있었다. 군 제대 후 건강, 가정환경, 경제력 등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숙식을 해결할 수 있는 학교로 돌아가서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있었다.   

   

신입생 중 장학금을 신청하는 학생들에게는 자기소개서와 학업계획서를 받는다. 학생들의 글을 읽으며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게 들었다.     


한 학생은 고등학교 때 전교 5위안에 드는 성적이었으나, 가정형편상 돈을 벌어야해서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취업을 했다. 그러나 부당한 노동환경과 비인격적인 대우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고,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었던 질환이 극심한 스트레스로 악화되어 일을 얼마 하지 못하고 요양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짧은 사회생활을 통해 대학 졸업장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껴 다시 공부해서 대학에 가게 되었다고 한다.     


한 학생은 특목고를 나온 영재이다. 대학은 최고의 명문대라 알려진 곳에 입학하였다. 자기소개서 내용을 읽어보니 이과영역, 문과영역을 다양하게 섭렵하고 있는 수재이다. 수  년전부터 갑작스럽게 어려워진 가정환경 하에서도 학업에 집중하였고, 대학 입학 후에도 가급적 공부에 집중하고 싶어서 장학금을 신청한다고 하였다.     

한 학생은 연로하고 건강이 좋지 않아 오랜 기간 병상에 계신 아버지와 단둘이 살아왔다. 어려서 부터 아르바이트를 해왔다고 한다. 어려운 경제적 상황에 낙담하며 지내왔을 것이라 예상 되었지만 학생의 자기소개서는 지난 어려움, 지금의 어려움에 굴하지 않고, 앞으로 찬란하게 펼쳐나갈 자신의 미래에 대해 자신감 넘치게 기술하였다. 그리고 지금 자신이 그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에 장학금이 꼭 필요함을 이야기 하였다.     


동행정복지센터에서 근무하다보면 노인, 저소득 가정의 성인들은 접할 기회가 많지만 아이들을 직접 접할 기회는 많지 않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 있으니 자주 접하지 않는 것이 정상이기도 하다. 접하게 되는 경우는 아이나 가정에 특별한 어려움이 닥쳐서 정신건강 또는 기타 경제적 지원이 필요한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위축된 모습의 아이들을 만난 기억이 많다.     


하지만, 이번 장학금 신청 접수를 통해 푸르름을 봤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그 아이들은 푸르름을 지켜왔다.     

 

자갈밭에 피는 민들레 꽃,      

어렵게 지켜온 민들레 홑씨가 저 멀리 퍼지도록 훅 불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아이들의 지금까지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그 아이들이 스스로를 지키도록 돕고 싶다.


안타깝게도 아마 위의 모든 아이들이 장학금 지원을 받지는 못할 것이다. 아이들의 필요에 비해 매우 약소하더라도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고 있다. 어느 정도는 가능할 것 같다.  

   

위 학생 중 많은 수가 한국장학재단의 국가장학금 지원을 받는다. 하지만 대학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경비들을 위해 학생들은 돈이 더 필요하다. 부모님이 어려운 경제상황이어 대출을 하거나 아르바이트로 필요한 경비를 채워야 한다. 저소득층 가정이 아니더라도 워낙 고액이 되어버린 대학 학비 마련을 위해 중산층 가정의 학생들도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상대적으로 장학제도의 혜택을 많이 받는 저소득층 학생들이 더 좋은 조건 아니냐는 의견을 가진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저소득 가정을 옆에서 보아온 나로서는, 최저생계비 수준으로 생활하는 가정에서 한 아이가 대학생으로 생활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짐작이 가기에 저소득층 가정에 대한 보다 넓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한편, 대학의 등록금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있어야 한다.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우리나라 대학의 등록금과 비례하여 대학이 교수, 시간강사, 조교, 기타 학교 내 노동자에게 적절한 급여를 지급하고 양질의 교육서비스를 학생들에게 제공하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이윤을 추구하지 않는 것이 대학운영의 기본일 텐데 과연 그런가 하는 의심이 매우 크다. 

우리 학생들의 푸르름을 지켜야 할 주체 중 가장 중요한 하나는 대학 스스로일 것이다.     


앞으로도 어려움이 많겠지만, 모든 장애를 이겨서 행복한 하루하루를 만들어 가길 바란다. 그리고 그 싸움을 어떤 형태로든 나의 동료들이, 어른들이 앞에서 해주었으면 한다. Solidarity!     


그러면 우리 학생들은 조금 덜 힘들 수 있지 않을까? 웃을 수 있는 시간이 조금 더 많지 않을까?   

  

꼭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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