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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지수 Dec 24. 2023

오늘의 날씨, '젊음'

이번 역은 청춘입니다. 내리실 때 주의하세요, 다시는 돌아갈 수 없어요.





바람에 날려 꽃이 지는 계절엔

아직도 너의 손을 잡은 듯 그런 듯해

그때는 아직 꽃이 아름다운 걸

지금처럼 사무치게 알지 못했어


자우림 - 스물다섯, 스물하나 中







   한 해를 마무리하며 내가 가장 먼저 하는 건, 그 해의 부제를 짓는 일이다.

   

   묘호를 정하듯 매년 그 해의 부제를 짓는다. 그러나 왕이 자신의 묘호를 직접 지을 수 없듯, 나도 나의 부제를 자의적으로 부여할 수 없다. 매년 이맘때쯤엔 이미 정해져 있다.


   스물넷엔 '이별'이었다. 

   친아빠와, 베프와, 남친을 한꺼번에 잃은 해였기 때문이다.


   스물다섯엔 어떤 남자의 '이름'이었다.

   그 해는 온통 그를 앓으며 보냈기 때문이다.


   올해는 뭐로 짓게 되려나.

   스물일곱 뒤에는 어떤 부제가 따르게 되려나, 하고 일기장을 펴보니 온통 청춘예찬뿐인 거다.

   '나는 오늘 젊고, 젊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아름답다.'는 문장이 아주 많이 적혀 있었다.





   사실 자기 객관화가 잘 되는 사람인지라, 스스로가 엄청 예쁘지 않다는 건 잘 알고 있다. 가인은 결단코 아니다.


   하지만 나는 오늘 젊다. 흔히들 말하는 청춘이고, 화양연화다.

   외관이 어떻게 생겼든, 코가 높든 낮든 나는 오늘 젊고, 젊음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운 때다.





   솔직히 아직은 잘 모르겠다.

   어제도 글피도 나는 내내 젊은 상태라, 이게 얼마나 소중한지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 절실하게 느끼지는 못하겠다.

   그저 어른들 말씀에 따르면 젊음은 자체로 아름다운 거라 하시니, 그걸 믿어보는 수밖에.


   그래서 영상 하나를 찍어 이곳에 올려 본다.

   조금은 부끄러우나, 그래도 나의 젊음을 가득 만끽해 본다,  뽐내 본다. 

   젊음 자체만으로 아름답다는 말씀도 힘껏 믿어본다.





   아마 지금은 못 느끼지만, 오늘의 나는 그 언젠가의 내가 내내 그리워할 청춘이고, 젊음이고, 아름다움일 것이다. 


   이 그 언젠가의 내게 바치는 글이다.


   오늘 내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절실히 깨닫는 날. 그렇게 오늘의 이 젊은 날을 추억하고 있을 20nn년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다.





   그리고, 기꺼이 여기까지 읽어주신 당신들께 이 글을 바치고 싶다.


   오늘 하루 정도는 스스로에게 '너 참 예쁘다'는 칭찬을 해주면 어떨까.
   이미 많이 살아온 것 같은 오늘도, 그 언젠가의 내가 내내 그리워할 순간일지 모른다. 아주 평범한 오늘 같겠지만, 당신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알지 못한 채 그냥 흘려보냈던 안타까운 날이었을지 모른다.


   오늘은 우리에게 남은 날 중 가장 젊은 날이다.

   따라서 나이가 몇 살이든, 우리는 각자의 시간 속에서 언제나 청춘이다.

   

   그러니 당신도 물론 화양연화이고 지극히 아름답다.





   , 그럼 다 같이 해보십시다, 청! 춘! 예! 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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