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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w moon Sep 07. 2022

목적 없는 쉼


주말 아르바이트를 하며 5일 휴일을 가졌던 퇴사 후 취준생 시절. 그 땐 아무리 일이 힘들어도 '내일만 지나면', '오늘만 지나면'이라는 생각으로 버텨낼 수 있었다. 그런데 다시 직장인이 되니 주말 이틀은 너무나 짧기만 하다. 하루는 신나게 나가서 놀기, 하루는 집에 콕 박혀서 재충전하기. 이렇게 나름의 계획을 세워 알차게 보내려 하고는 있는데, 그래도 이틀은 너무 짧다. (주 4일제 도입은 어디까지 왔을까..)


첫 회사 신입사원 시절엔 주말을 누구보다 잘 보내야 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다. 더 알차게, 더 새롭게 보내기 위해 발버둥쳤다. 바쁘게 블로그 원고를 쓰고, 책을 여러권 읽고, 누가 뒤쫓아오듯 밀린 일기를 허겁지겁 적어나갔다. 난 열심히 살아야 하니까 그래야 된다고 생각했고, 마냥 누워 주말을 보내고 나면 큰 후회감이 밀려왔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과연 열심히만 살아야 하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든다. 물론 이렇게 말해놓고 나름대로 알차게 계획을 세워 여가시간을 활용하는 나지만, 전처럼 강박에 사로잡혀 보내지는 않는다. 카페에 가더라도 꼭 무언갈 해야 된다는 목적을 가지지 않고, 하염 없이 사람들을 관찰하며 앉아 있기도 한다. 내 인생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모바일 게임에 온 정신을 쏟기도 한다. 일요일이 되면 흐르는 시간을 붙잡고만 싶어지지만 그래도 흘러가는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냈다고 혼자 자책하지는 않는다. 이런 저런 소소한 것들로 보낸 시간은 내게 재충전의 의미로 다가오고, 큰 목적이 없더라도 아무렴 어때? 현재의 내가 즐거우면 됐지!


누구보다 열심히 달려온 과거를 후회하지는 않는다. 정말 열심히 뜀박질 했기에 의미 없는 휴식이 더욱 달콤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아직은 다시 열심히 달릴 힘이 나질 않는다. 그런 나를 스스로 미워하기도 했었지만 이젠 아니다. 다시 풀충전이 되면, 달릴 준비가 되면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 달릴 나임을 아니까 말이다. 언젠가 다시 충전이 될 나를 위해 오늘도 밍기적 밍기적 하루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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