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ew moon Sep 07. 2022

운동을 하며 느낀 것

조각 모음집 05


땅만 보고 걷는 게 도움이 될 때가 있다. 등산을 할 때가 그렇다. 산 정상에 올라가 먼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큼 힐링되는 일이 없지만, 문제는 그 위치까지 올라가기까지다.


퇴사 후 한동안 꾸준히 지켰던 것은 아침 운동이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면 늦게 일어나는 사람보다 하루가 더 긴 것처럼 느껴진다. 같은 시간을 좀 더 알차게 쓰는 느낌이랄까! 그게 참 좋아서 꾸역꾸역 아침 일찍 일어났다. 아침 운동은 주로 자전거를 탔다. 엄마 그리고 엄마 친구 분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며 아침 공기의 시원함을 느꼈다. 그러다 문득 등산을 가고 싶단 생각을 했다. 망설일 것도 없었다. 나에게 남는 건 시간 뿐이니까!


산을 조금 오르고 등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걸 후회했다. 자전거와는 차원이 다르게, 정말 두 배는 더 힘들었다. 집에서 산까지 걸어가는 것부터 지치는데 높은 산(이라고 해봤자 동네 동산 수준이었지만)까지 올라가자니 진짜 죽을 맛이었다. 땅만 보고 걷다가 '힘들어 죽겠다'는 생각과 함께 고개를 들었다. 거의 다 왔다고 생각했었는데, 앞을 보니 갈 길이 아직도 먼 것이었다. 힘이 쭉 빠졌다. 차라리 땅만 보고 걷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앞에 남은 갈 길을 바라보느니 차라리 현재 내가 밟고 있는 땅에 집중하는 게 덜 힘들지 않을까 싶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인생도 똑같다고. 앞을 바라보고 가야할 길을 바라보는 건 물론 앞으로 나아가는 데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때로는 그게 지칠 때가 있다. 현재에 집중해야 할 때도 있는 것이다. 남겨진 미래보다 살아갈 현재에 더 집중하기. 그게 병적인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필요한 것이 아닐까? 운동은 이렇게나 이롭다. 당연하지만 당연하지 못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깨닫게 해주니까.

이전 05화 두번째 도망, 퇴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