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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식이타임 Oct 30. 2022

나의 인생 붕어빵

아들 태평이

"어머, 아빠랑 완전 붕어빵이네!"


 태평이를 데리고 다니다 보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말이다. 워낙 귀가 닳도록 듣다 보니 태평이와 볼을 비비며 거울을 이리 보고 저리 보기도 하는데 아직도 닮은 걸 잘 모르겠다. 장인어른의 모습을 복사(ctrl+c)+붙여넣기(ctrl)+v)한 아내가 "정작 닮은 사람들끼리는 잘 모른다. 나랑 아빠 봐봐."라는 말을 하니 정말 그런가 보다 싶다. 아무튼 하나뿐인 아들이 나를 닮았다니 기분이 썩 너무나도 좋다.


 군 복무를 마무리하고 복직 전까지 나의 붕어빵과 꼬박꼬박 24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아이 하나 키우는 일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느낀다. 새벽 다섯 시 반이면 끄응거리고 일어난 녀석을 먹이고 놀아주고 다시 잠을 재우는 사이클의 무한반복. 유달리 밖에 나가는 걸 좋아하는 녀석을 안고 돌아다니는 시간이 때론 얼마나 길게 느껴지는지.


 언젠가 잠 못 자고 울어대는 녀석을 달래며 두드리던 등짝에 감정이 실린 적이 꽤 있었다(아내도 그랬다고 고백했다). 다시 생각해보면 어린놈이 무얼 안다고 등을 퍽퍽 두드렸을까. 언제 그랬냐는 듯 나를 보고 웃는 녀석을 보고 눈물 맺힌 반성을 하기도 했다.


 자기 자식 순하다고 하는 거 아니라지만 태평이 정도면 순한 편이라고 태평이 할아버지가 줄곧 말씀하신다. 할아버지, 할머니, 고모랑 함께 자라서 그런지 낯가림도 덜하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유독 관심이 많다. 눈이 마주치는 순간 살인미소를 짓는 녀석. 그렇게 태평이는 동네 할머니들의 인기스타가 되었다. 내 자식 자랑 한 번 해봤다.


 태평이를 키워보니 알 것 같다. 그 누구도 그냥 자란 사람은 없다는 것. 어떤 이가 수없이 안아주고 이야기를 건네주며 소중하게 키워온 소중한 사람이라는 걸 말이다. 누구나 귀한 존재라는 교과서적인 문장을 점점 체감하고 있다. 태평이가 태어나고 당분간은 원하는 만큼 잠을 잘 수도, 자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없게 되었지만 덕분에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존재를 더욱 따뜻한 시선으로 볼 수 있게 된 것 같다.


 나를 한 층 더 성장시켜주는 아들,


 나의 인생 붕어빵.





사진출처 : 네이버 블로그 Chenxi's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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