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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 May 16. 2024

EVER AFTER

그리고 우리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라고 끝맺을 수 없는 이야기, 시작부터 이별을 이름으로 붙여두었던 이야기입니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이 서툰 애도를 지켜봐 주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담담하게 녀석과의 일화들을 써 내려가고 싶었는데, 역시나 온통 눈물 투성이인 글이 된 것 같아 조금은 아쉽기도 하네요.


저는 이제 많이 괜찮아졌습니다.


길가의 고양이를 보다 난데없는 울음이 터지지도, 사무치는 죄책감에 밤잠을 설치지도 않습니다. 인간은 이토록 적응의 동물이라 영원히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던 녀석의 부재에도 서서히 익숙해져 가네요. 파도 같던 슬픔은 사그라들고 잔잔한 그리움이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오곤 합니다.


녀석의 죽음을 실감하지 못하고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던 여섯 살 난 아이는 뒤늦은 이별의 열병을 혼자 치르고 있습니다. 도화지 한켠에는 우엉이가 살고 있는 별이 그려져 있고, 잠들기 전에 부쩍 녀석에 대한 그리움을 토로하곤 합니다. 우주선을 타고 함께 고양이 별에 함께 가자는 아이의 질문에 대답할 말을 찾다 보면 여전히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밀려오곤 하죠.


아이는 태어나 단 한 번도 우엉이가 없는 세상을 살아본 적 없어요. 눈을 뜨고 세상을 인지하는 첫 순간부터 털북숭이 친구와 함께 했습니다. 그러니 어쩌면 아이의 슬픔은 어른들의 슬픔보다 조금 더 느리게 조금 더 천천히 이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우엉이의 밥그릇도 치웠고 집안에 가득했던 녀석의 흔적도 서서히 옅어져 갑니다. 슬픔이 떠난 자리에 녀석의 다정함, 사려 깊음, 따듯함 같은 것들이 다시 자리를 잡습니다. 결국 저는 웃으며 우엉이를 떠올릴 수 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비통함으로 남기에는 너무나 사랑스러운 고양이었으니까요.


글을 쓰는 동안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혼자가 아닌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때로는 잠시 녀석이 발치에 앉았다 가는 듯했습니다.


읽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아이들과의 이별을 앞두고 계신 분들과 아직 이별 중인 분들께 제 글이 위로까지는 될 수 없더라도, 그 슬픔이 결코 혼자만의 것이 아님을, 우리의 슬픔이 타당하지 않은 것이 아님을 전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어딘가에서 봄날의 민들레처럼 보송보송한 털을 휘날리며 뛰어놀고 있을 아이들을 마음속으로 그리며, 글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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