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을 믿지 않는다

부서진 영혼

by 숨 Breath

2부 나는 누구인가


<부서진 영혼>


어릴 적 나에게 아빠는 불안과 공포의 대상이자, 그럼에도 절대 굽혀서는 안 되는 존재였다.


아빠는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사람이다. 물론 좋은 면도 있지만 그게 희미할 정도로 내겐 고정된 이미지가 있다. 아주 오랜 시간 변함없이 아빠는 내게 그런 이미지를 만들었으니까.


그럼에도 웃을 때만큼은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그 사람을 완전히 미워할 수도, 사랑할 수도 없었다. 그 웃음은 마치 내가 커다란 오해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들게 했다.


나의 이상적인 세계가 사라질까 사랑할 구석을 찾고 거기에 정을 붙여 보려 했지만 오래가진 못했다.




아빠는 가르치는 일을 좋아했다. 하지만 가르치는 일이 업은 아니었다. 그래서 자녀인 첫째와 나를 가르치는 걸 즐겼다. 그 시간은 내겐 무력한 악몽, 불안의 감옥, 굴복할 수 없는 시간이었다.


아빠는 한번 말한 것을 잘못 대답하면 짜증을 내고, 욱하고 터지는 화를 주체하지 못한다. 마치 자신의 설명이 부족한 것이라도 되는지, 그게 자신의 가치와 긴밀한 연관이라도 되어 있었는지. 시작부터 그 악몽에 들어가기 싫어하는 태도를 보이면 맞아야 했다. 버릇이 없다는 이유로. 그건 훈육이 아니었다.


보이는 건 모두 무기가 되었다. 다른 것들보다 아픔은 덜했지만, 제일 싫은 건 아빠의 손이었다. 그 손이 나를 향했을 때도, 내게 닿았을 때도, 다음에도 반복했을 때도 한동안 믿지 못했다. 나는 다른 누굴 때린 적도, 휘두를 생각도 못 하는데, 저 손은 망설임 없이 나를 향했다. 나는 또 울었다. 무서웠다. 하지만 굴복하지 않았다. 그래서 항상 더 맞았다. 나는 알았다. 그 방식이 틀렸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바뀌지 않았다. 잘못하지 않았다. 인정하지 않았다. 아빠도 바뀌지 않았다.



그때마다 내 영혼은 부서졌고, 영혼의 나약함과 강인함을 동시에 보았다.



인간의 영혼이란 이렇게 약한 존재인 것을, 절대 강압적으로도, 폭력적으로도 다뤄서는 안 되는 것임을 나만 깊이 새겼다.




그럼에도 여기에 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깊은 수치심과 무력감을 느꼈다. 폭력에 스스로 맞서는 것도, 벗어날 수도 없는 사실에 느낀 수치심이었다.


폭력에 대한 분노는 그걸 행사한 아빠에게만 향했다. 나를 구하지 않았다며 엄마와 첫째를 원망하지 않았다. 폭력 앞에 인간은 누구나 두려움을 느끼는 게 아주 당연한 일이니까. 그게 자연스러워 원망하지 않는다.


내게 가까운 이가, 나를 이끌고, 의지할 수 있어야 하는 부모가 자신을 믿지 못하게 한다. 그 입에서 나온 말들은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을까. 애증보단 증오에 가까운 감정. 아는 지식은 뽐내기 바쁘며 현실에선 자신을 다루지 못하는 사람. 아는 것이 많다고, 결코 현명한 사람은 아니었다.


나는 사람을 믿지 않는다. 아빠도 밖에서 누군가에겐 다정한 사람일 테니까.


부모에 대한 분노와 원망, 조용한 복수심. 나중에 그들에게 똑같이 무관심으로 복수하리라, 그들에게 내가 필요한 사람이 되리라고 생각했다. 내게 부탁하는 행위의 민망함을 느끼게 하는 것.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의 복수였다. 그들이 잊어버리면 그것도 없는 것이다.


부서지는 모래성에 모래를 다시 모아 쌓고, 또 쌓고 눈물로 다졌다.


모래성.jpg



그때 내 편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사람을 믿지 않는다.



부모의 약함을 보고 스스로 강해져야 했으며, 부모의 강함을 보고 굴복하지 않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