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적으로 의지할 수 없었지만,

최선의 사랑

by 숨 Breath

2부 나는 누구인가


<최선의 사랑>


부모님은 나를 사랑한다고 했다. 예뻐했다고 했다. 어릴 적 엄마는 편지마다 나를 사랑한다고 적었다. 아빠는 나를 재우기 위해 밤마다 노래를 불러줬다.


그리곤 항상 나보다 먼저 잠에 들었다. 그럼 나는 그 옆에 누워 아빠의 숨소리를 따라 숨을 멈추었다, 쉬었다 따라 하며 어른들의 숨은 참 길다고 생각하곤 했다.




아빠는 뭐든 큰 소리로 얘기한다. 언제 곧 화를 낼 준비가 되어 있어 보였다. 사랑이 눈에 보이지 않았다. 나를 사랑하는 것인지, 사랑하지 않는 것인지 헷갈렸다.


그럼에도 엄마 몰래 사다 줬던 그의 낭만을 모르는 체할 수 없다. 어릴 적 혼자 다 먹지 못했던 햄버거와 크런치 초콜릿. 집에 오기 전 품 안에 사 들고 오던 아빠의 낭만을 나는 잊지 않았다. 우리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던 그 마음을 잊지 않는다.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했던 그였지만, 가지고 있던 인간적인 여린 마음을 나는 기억한다. 그게 내가 그를 끝까지 미워할 수 없는 이유다.





토요일보다 일요일에 항상 더 일찍 일어났다. 일요일 아침은 <동물농장>, 조금 늦게 일어나면 <서프라이즈>. TV 프로그램 소리가 날 깨웠다. 그 소리에 자다 벌떡 일어나 거실로 나가보면, 나보다 먼저 일어나 잠이 덜 깬 얼굴을 한 다른 가족이 미어캣처럼 TV에 시선을 고정한 채 있었다. 그 후 엄마가 차린 밥을 먹으며 일요일 시작되었다.


전업주부였던 엄마는 요리를 잘했기에 나의 큰 자랑이었다. 하지만 돌아보니 난 그때 밥 먹는 걸 반가워하지 않았다. 밥 먹기 위해 앉아 있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그 시간에 다른 놀 구상을 해야 하는 데라며.

그럼에도 엄마의 요리는 틀림없이 자랑이었다. 생각해 보면, 나보다 일찍 일어나 분주하게 주방을 깨우는 소리와 나보다 늦게 잠드는 엄마의 책임감, 성실함에 안정감을 느꼈다.


스스로 부여한 책임을 올곧은 희생으로 지키는 그 모습이 강해 보였다. 그 올곧음이 나의 자랑이었다.


감정적으로 의지할 수 없었지만, 그들이 줄 수 있는 최선으로 나는 사랑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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