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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트립 Aug 15. 2022

한달살기 집? 초품아는 아니어도 도품원은 돼야지

한달살기 집 구하기 팁 / 광주

퇴직 후 '한달살기 전국일주' 중입니다. 한달살이와 여행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글에 앞서 단어 정의부터...

초품아 : 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 자녀들의 안전통학이 가능한 아파트

도품원 : 도서관 품은 원룸. 도서관 근처 원룸을 지칭하는 말로 작가가 임의로 만들어 냄.

 


도서관 옆 우리 집, 수영장과 공원도 딸려있어


나주에서 이틀을 보낸 이래 광주에서 지낸 지 10일째다. 그동안 집  도서관에 사흘을 다녔고 수영장 세 번 이용했다. 고작 열흘 산 여행자 주제에 소위 근린생활시설을 이용하니 마치 내가 현지인이라도 된 양 착각이 든다. 오늘은 도서관에서 대출증도 만들고 책도 빌려왔다. 이쯤 되면 광주에 세금 한 푼 안 내고 광주를 다 누리고 있는 것 아닌가.


광주의 우리 집은 쌍촌동의 파랑새원룸타운에 있다. 구하기 전 지도로만 봤을 때 지하철역도 가깝고 주변에 5·18기념공원이 있길래 찍은 동네였다. 방 하나, 거실 하나에 주방과 욕실. 원룸이다(부동산에서는 이걸 투룸이라고 함.) 입주하고 나서 보니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도서관과 수영장을 갖춘 광주학생문화회관이 있다. 믿어지는가. 한달살기 원룸을 얻었더니 도서관과 수영장이 딸려 왔다! 그런데 집 어떻게 구했을까?



한달살기 여행은 집이 절반 - 어떤 집을 어떻게 구했나


한달살기 여행을 한다고 하니 다들 가장 궁금해하는 게 집이다. 집을 어떻게 구했냐고, 제주 아닌 다른 도시도 한달살기가 있냐고 묻는다. 제주는 한 달 여행자가 많고 민박, 펜션, 타운하우스, 리조트 등 다양한 숙소들이 한 달 손님을 반긴다. 그러나 제주 외 한 달 숙소는 고르는 게 아니라 찾아다녀야 한다.


3월부터 시작된 한달살기 여행 동안 숙소는 6군데였다. 그동안 어떤 집을 어떻게 구했나?

(※ 3월 부산, 4월 거제, 5월 제주, 6월 서울, 7월 강원도 고성, 8월 광주)


어떤 집을

내가 지낸 집은 독채로 있었던 고성과 거제 외 모두 다세대주택의 투룸에 준하는 곳이었다.

구체적으로는 다음의 조건에 들어맞았다.

1) 집 컨디션 : 투룸(방1+거실1 또는 방2개, 주방, 욕실)
2) 지역 : 교통 편의성이 높은 곳, 마트 등 편의시설 있는 동네
3) 위치 : 지하철역 1km 이내, 도보 15분 이내  
4) 예산 : ~ 최대 90만원(월세+제 공과금(전기,가스,관리비)+중개수수료)


6개월쯤 다녀보니 '지하철 1km 이내' 조건은 없어도 될 것 같다. 나는 출퇴근자가 아니고 여행자이기 때문에 주로 버스를 이용한다. 빨리 가는 게 목적이 아니라 천천히 주변을 보면서 이동하는 방법을 즐기니 버스편만 있다면 굳이 지하철역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대신 도서관이나 공원이 가까이 있는 곳을 구하고 싶다. 쾌적한 공공시설을 내 집처럼 이용할 수 있다면 투룸 집도 덜 답답하고 삶의 질도 높일 수 있다.



부산에서 한 달을 지냈던 대연동 주택가(3월) & 광주의 한달살기 집(8월)


어떻게 구했나?
1) 지인 소개
서울(단독주택 투룸) - 친구 아들의 대학교 앞 자취방을 인계 받음
강원도 고성(독채) - 지인의 소개로 어촌마을 세컨드 하우스를 빌려 지냄(방2+거실)

2) 인터넷 카페나 사이트 검색 : 직거래
제주(농가주택 투룸) - 인터넷 카페에 조건을 올려 집주인이 연락해옴. 사진과 전화통화로 사전 결정
거제(독채) - 옥포의 아파트형 레지던스호텔을 현장 답사 후 입주함(방3+거실, 욕실2)

3) 현지 부동산을 통해 즉시입주 가능한 집 물색 : 중개 수수료 발생
부산(다세대주택 투룸) : 한달 전에 부산에 가서 계약. 중개수수료 지급
광주(다세대주택 투룸) : 광주 현지에서 직접 구함. 계약과 동시에 입주. 중개수수료를 더블로 지불함


지인 소개 예외로 두 집 구하는 방법은 인터넷으로 구하거나 부동산을 통하거나 둘 중 하나다. 제주와 같은 관광지가 아닌 도시는 인터넷 정보도 별로 없다. 몇몇 한달살기를 내세운 전국구 사이트도 있지만 숙소가 턱없이 적거나 실시세보다 턱없이 비싸거나 해서 별로 유용하지 않았다.


거제 옥포의 레지던스 호텔(4월) & 제주 구좌의 집(5월)


서울 서대문구의 주택가 2층(6월) & 강원도 고성군 거진항 어촌마을(7월)


한달살기 집 구하기, 새로운 전략


앞으로 남은 여행은 6개월. 여섯 번 더 이사해야 한다. 집을 여섯 번 더 구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간의 한달살기 집 구하기 노하우를 살려, 새로운 방법을 한번 시도해보려고 한다. 이른바, 가장 도발적이며 현장감 넘치는 방법, '현지 직거래'다. 예전에 전봇대나 대문에 월세 광고 붙이던 시절의 집 구하기처럼.


어차피 한달 임대는 부동산에도 나와있는 상품은 없다. 부동산 중개소 문을 열고 들어서서 '한 달' 단어를 꺼내는 순간 소파에 앉아보기도 전에 퇴짜 맞기를 각오해야 한다. 광주에서는 여섯 군데 부동산에서 연거푸 거절당했다. 한달짜리 월세는 중개인이 맘을 내어 집주인에게 전화 돌려 성사시키는 거다. 부동산 소개료는 일반 월세와 같다. 건당 15만원은 족히 부른다.


그런데 막상 원룸촌에 가보니 건물 주인의 연락처가 벽에 붙어있는 경우가 많다. 모든 원룸이 100% 풀가동은 아닐 테니 틈새 한 달만 빌리면 되는 것 아닌가. 중개인이 하는 '전화 돌리는 일'을 내가 하는 대신 중개수수료 폭탄을 피하는 거다. 직거래로 구하고 집주인이 원한다면 계약 시 부동산의 도움을 받고 약간의 수고비를 지출할 수도 있다. 과연 성공할까?


여행지 집이 내 집 같을 순 없다. 기왕에 한달살기를 나선다면 집에 대한 눈높이를 좀 내려놓고 불편함 대신 새로운 숙소와 동네에 대한 경험을 산다고 생각하면 된다. 단칸방 호텔에 자면서도 여행을 나서지 않는가. 기꺼이 불편함을 즐기려는 자에게만 새 세상이 열리는 법이다.


도서관, 공원이나 호수의 산책로, 동네 뒷산... 본인이 좋아하는 조건 하나만 넣어서 한달살기 숙소를 구해보라. 운 좋으면 나처럼 공원과 수영장과 도서관이 통째로 딸려올 수도 있다. 한달살기? 생각보다 재미있고 지낼만하다. 다들 꿈만 꾸지 말고 저질러봤으면 좋겠다. 나처럼.



※ 한달살기 숙소 구할 때 참고할만한 사이트

달방닷컴 http://dallbang.com/ 주로 모텔방이 많지만 간혹 독채나 투룸도 나오는 듯

리브애니웨어 https://www.liveanywhere.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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