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결이 닿는 풍경 | EP.11
꽃잎이 한 겹,
또 한 겹 오래된 기억 위로 내려앉는다.
말보다 먼저 다가온 계절은
그저 피어나고, 말없이 스러질 뿐-
어떤 고백도 없이 지나간다.
나는 오늘,
가장 조용한 방식으로 피어난 꽃 앞에서
한 번도 꺼내지 못한 마음을 생각했다.
그건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은 온도였고,
입술까지 올라왔다가
다시 숨결처럼 내려앉은 문장이었다.
햇살은 그림자를 만들고,
그림자는 말하지 못한 마음의 결을 따라 흐른다.
사라지는 모든 아름다움이
다 지나간 것은 아니다.
당신을 향한 감정은
끝내 말로 닿지 않았지만,
지금도 그 꽃잎들 사이에서
다정한 잔향처럼 조용히 머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