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 우리는 늘 같은 말을 들어왔다.
“열심히 하면 된다.”
시험을 준비할 때도, 운동 경기를 앞두고도, 심지어 다이어트를 결심할 때도 이 말은 만능 열쇠처럼 따라붙었다. 하지만 정작 아무도 우리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어떻게 열심히 해야 하는지를.
대학교의 영어 수업을 예로 들어보자. 강의실 안에는 다양한 학생들이 있다. 어떤 학생은 매주 구체적인 학습 계획을 세우고, 작은 목표들을 차근차근 실천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또 다른 학생은 막연히 “이번 주엔 열심히 해야지”라고 마음먹지만, 피곤함이나 외부의 유혹 앞에서 금세 흐트러진다. 겉으로는 모두 ‘노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차이는 분명해진다.
밤 11시. 책상 위에는 영어 교재와 빽빽한 단어장이 펼쳐져 있다. 몇 시간을 붙잡고 있었지만 머릿속은 텅 빈 듯하다.
“오늘도 이렇게 오래 공부했는데, 왜 내 점수는 그대로일까?”
답답함이 치밀어 오르고, 스스로를 다그친다.
“내가 아직 덜 열심히 했나 봐.”
하지만 정말 문제는 열심의 양일까? 혹시 방향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
한 대학의 영어 수업에 M과 Y라는 학생이 있었다.
M은 매주 계획을 세밀하게 짰다.
“이번 주에는 언어교환 앱으로 원어민과 30분씩 두 번 통화하겠다.”
수업이 끝나면 즉시 복습했고, 모르는 부분은 친구나 자료를 통해 해결했다. 목표를 달성한 날에는 “오늘 계획을 지켰다”는 만족스러운 기록을 남겼다.
반면 Y의 계획은 늘 막연했다. “이번 주엔 열심히 공부하겠다.” 그러나 구체적인 실행이 없으니 작은 변수에도 쉽게 무너졌다. 피곤함, 갑작스러운 약속, 사소한 기분 변화에도 흔들렸고, 노력은 많았지만 성과는 남지 않았다.
필자는 이 차이를 자기조절학습(Self-Regulated Learning)에서 찾았다. 자기조절학습은 계획, 실행, 성찰이라는 세 단계를 거친다. 무엇을, 언제, 어떻게 할지 정하고, 그 계획을 실행하며, 결과를 평가하고 수정한다. 이 과정이 반복될수록 학습은 점점 ‘자동 조종’처럼 흘러간다.
필자가 발견한 흥미로운 점은, 자기조절학습이 성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대신 노력의 질을 바꾸어 준다. 오래 앉아 있는 데서 그치지 않고, 바른 방향으로 시간을 쓰게 만든다.
필자는 실제로 학생들에게 매학기 ‘자기조절학습 일지’를 쓰게 하였다. “오늘의 목표는 무엇인가? 어떤 사건이 있었는가? 어떻게 느꼈는가? 어떤 전략을 썼는가? 다음은 어떻게 할 것인가?” 단순한 기록이었지만, 학생들은 그 속에서 자신을 발견했다. 언제 집중이 흐트러지는지, 어떤 전략이 효과적인지, 어떤 순간에 성취감을 느끼는지.
이 일지를 자세히 살펴보면 상위권 학생들의 일지는 살아 있었다.
“이번 주 목표를 달성해 뿌듯하다. 다음 주엔 대화 속에서 연결어를 더 자연스럽게 써봐야겠다.” 등등
반면 하위권 학생들의 일지는 흐릿했다. 계획과 실행과 성찰이 부족하였다.
“형광펜 색깔이 안 맞아 공부를 중단했다. 기분이 나빠져 그냥 잤다.” 와 같은 식이다.
필자는 이 원리가 영어 공부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자격증, 운동, 식습관, 악기 연습—삶의 모든 영역에서 마찬가지다. 계획하고, 실행하고, 성찰하는 습관은 단순한 시간 소비를 성장의 발판으로 바꿔 놓는다.
성공은 노력의 결과이지만, 그 노력의 품질은 자기조절학습이 결정한다. 방향이 잘못된 노력은 모래 위에 세운 성과 같다. 하지만 올바른 방향의 노력은 비록 작은 삽질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단단한 성벽을 세운다.
그 첫걸음은 거창하지 않다. 오늘 밤, 잠들기 전 노트 한 장에 내일의 구체적인 계획을 적어보는 것. 그리고 내일 저녁, 그 계획을 얼마나 지켜냈는지 솔직히 돌아보는 것.
그렇게 쌓인 하루하루가 결국 당신을 지금과는 전혀 다른 곳으로 데려다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