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
주문진에서 카페를 갈라치면 한 가지 고민이 있다.
커피를 택할 건지, 바다뷰를 택할 건지가 그것이다.
바다를 볼 수 있는 카페 중 커피가 맛있는 집은 찾기 힘들다. 커피 맛과 바다 뷰 둘을 놓고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일반적으로 커피에 진심인 카페는 바다뷰를 확보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손수 원두를 구입하고 로스팅하여 내리는 일까지 전문적인 오너가 다하려면 손님의 수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바다뷰를 일부러 포기한 지도 모르겠다. 커피에 진심인 손님을 받고자 하는 의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직원을 두어 많은 손님을 유치하는 경우는 우선 대규모의 자본이 있어야 할 테고, 커피머신을 활용해야 할 거다. 서울에서야 그렇다 치지만 여기 동해바다에서는 멋진 바다 뷰를 잡든지, 아니면 진정 맛있는 커피를 선택하든지 해야 한다.
강릉은 언제부턴가 커피로 유명한 도시가 되었다. 과거 경포 바닷가에 커피 자판기가 즐비했던 때를 강릉 커피거리의 기원으로 삼는 사람들이 있다.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자판기 커피나 믹스커피 대신 원두커피, 드립커피를 즐기는 문화로 자연스럽게 변화하였다.
강릉이 커피도시가 된 데는 박이추 님의 영향이 크다고 본다. 1세대 바리스타이신 박이추 님은 주문진에서 가까운 영진에 이층 건물을 짓고 사시면서 그곳에서 직접 로스팅을 하시고, 한잔 한잔 커피를 내려 손님을 맞으셨다. 커피 아카데미도 운영하면서 강릉에 커피문화를 전파하는 역할을 하셨다. 이후 사천에 박이추 커피공장이 대형 매장으로 생겼다. 이곳에서는 박이추 님을 직접 뵙지는 못한다.
대관령 자락, 영동고속도로 남강릉 IC를 빠져나오는 곳에 위치한 테라로사 본점은 강릉을 커피의 도시로 만드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이곳은 가히 커피의 메카라고 할만하다. 커피 박물관을 비롯해서 규모나 인테리어나 맛으로나 한 번쯤 방문할 만한 곳이다. 워낙 규모가 커서 강릉에만도 사쳔 솔숲에 있는 사천 테라로사와 경포 호숫가의 경포 테라로사까지 세 개가 있다.
Ktx가 생기면서 젊은이들이 강릉을 자주 찾게 된 것도 강릉이 카페의 도시가 되는데 한몫했을 것이다.
주문진에서 바다뷰 대신 커피맛을 선택하는 경우, 내가 가는 곳은 두 곳이다.
주문진 시장 안 공용주차장 앞에 있는 '카페 쉼'이 한 곳이다. 테이블은 네 개 정도. 주인 혼자서 커피를 로스팅하고, 갈고 내려주시는데, 맑고 투명한 맛이랄까. 원산지 별로 다른 커피맛을 음미할 수 있다.
또 한 곳은 박이추 님이 운영하시는 영진 '보헤미안'이다. 직접 로스팅을 하시고, 직원분이 준비를 해놓으면 한잔 한잔 주전자 높이를 조정하면서 커피를 내려주신다. 커피가 맛있다.
카페 쉼 주인장의 모친께서 친구분들과 함께 커피를 마시는 광경을 본 적이 있다. 카페 처마에 제비가 집을 짓고 드나든 적도 있다. 오늘은 가난한 자가 주인의 적선을 기다리고 있다. 그만큼 주인장은 넉넉하시다.
한가하셨는지 한 번은 박이추 님이 직접 테이블로 커피를 가져다주셨다. 그리고 한 말씀하셨다.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은가 봐요. 여기까지 커피를 마시러 오는 걸 보면"
나는 자신에게 물어보게 된다.
행복하냐고
2025. 10. 9. 추석연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