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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이 있는 두려움은 다르다

두려움에서 희망으로, 한 아빠의 변화 이야기

by 긍정미소


"괜찮을까?"

이 한마디가 우리 삶 속에서 얼마나 자주 등장하는지 모른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하기 전, 새로운 직장 면접을 앞두고, 중요한 발표를 준비할 때... 우리는 늘 두려움과 마주한다.

두려움은 참 이상한 감정이다. 분명 불편하고 피하고 싶은 감정인데, 동시에 우리를 더 세심하게, 더 준비성 있게 만들어준다. 면접이 두려우니까 더 열심히 준비하고, 고백이 무서우니까 상대방의 마음을 더 깊이 헤아려보게 된다.

그런데 우리는 왜 두려움을 '이겨내야 할 적'으로만 생각할까? 용기로 밀어붙여야 할 장애물로만 여길까?


두려움이 알려주는 것들

사실 두려움은 우리의 가장 솔직한 조언자다. "여기서 조심해", "이건 중요한 일이야", "더 준비가 필요해"라고 속삭여준다. 두려움 덕분에 우리는 실패할 가능성을 미리 생각해보고, 대비책을 세우고,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하지만 두려움만으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그렇다면 무엇이 필요할까?


나를 움직이게 하는 '이유'

답은 목적이었다. 내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에 대한 명확한 이유 말이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예설이가 지적장애인 등록을 하기 전까지 나는 목적 없이 살았다. 그냥 하루하루 살아지는 대로, "아이들만 잘 키우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버텨왔다.

꿈이라는 단어는 너무 거창해 보였다. '나 같은 사람이 무슨 꿈을...' 스스로를 비하하며 작게 살려고 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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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발견이 만든 큰 변화

그런데 우연히 알게 된 사실 하나가 내 삶을 바꿔놓았다. 요즘 사회에 '경계성 지능'을 가진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통계였다. 과거에는 그냥 '좀 느린 아이' 정도로 여겨지던 아이들이, 이제는 제대로 된 기준으로 분류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아이들은 지적장애는 아니지만, 일반 아이들보다 학습 속도가 느리다. 다만 '느릴 뿐'이다. 충분한 시간과 적절한 도움만 있다면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는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있다면, 우리 예설이처럼 힘든 시간을 겪는 가족들이 줄어들지 않을까?'


두려움을 넘어서는 꿈

지금 나에게는 꿈이 있다. 발달장애 아이들과 경계성 지능 아이들을 위한 센터를 만드는 것이다. 전문 교사들을 양성하고, 전국에 센터를 세워서 이런 아이들이 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히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 싶다.

물론 지금도 두렵다. 정말 해낼 수 있을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 하지만 예전의 두려움과는 다르다. 이제는 '목적'이 있는 두려움이다.

목적이 있는 두려움은 우리를 멈춰 세우지 않는다. 오히려 더 꼼꼼히 준비하게 하고, 더 간절히 방법을 찾게 만든다.


당신도 지금 무언가 두려운 일이 있다면, 한 번 물어보시길. "나는 왜 이 일을 하려는 걸까?" 그 답 속에서 두려움을 넘어설 힘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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