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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by 기면민

다리를 어깨너비만큼 벌리고 무릎은 살짝 굽힌다. 채가 바닥에 닿을 정도만 팔을 늘어트린다. 팔을 오른쪽 옆으로 서서히 들어 올린다. 골반을 틀어줌과 동시에 배에 힘을 줘 허리를 돌려준다. 팔을 천장을 향해 높이 들어준다. 이제 스프링처럼 꽁꽁 감겨있는 몸을 힘껏 놓아준다. 붕…. 채는 허공을 가른다.


골프를 막 시작한 사람은 공을 맞출 수 없다. 분명 일러준 대로 했을 터인데…. 공은 제자리거나, 땅을 기거나, 옆으로 튀어버린다. 꾸준히 연습하다 보면 어느새 공은 그물을 철렁거리게 할 만큼 강하게 날아간다. 자신감 잔뜩 충만한 상태가 되어 당당히 스크린을 마주하고 스윙을 하는 순간, 공은 오른쪽 또는 왼쪽으로 큰 곡선을 그린다. 맥길로이 따라잡는 건 금방이라며 우쭐댔지만 한 홀을 채 끝마치기도 전에 쭈구리가 된다. 앞으로 수천, 수만 번은 휘둘러야 악성 훅, 슬라이스를 잡을 수 있을 테다. 소질이 있다면 스핀을 줘 보다 정교한 플레이를 할 수도 있을 테지만 주지 못하더라도 지인들과 게임을 하기엔 무리 없을 것이다.


골프는 인생과 닮았다. 자기 관리, 정신건강 관리, 체력관리, 자산관리, 등을 꾸준히 해온 사람만이 인생을 일정한 페이스로, 성공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실상은 성공을 외치면서 본인이 먹던 그릇 설거지나 본인 이부자리조차 정리 안 하는 사람이 태반이지만….) 물론 어떻게 코인 한번 투자 잘해서 억대 자산가가 될 순 있다. 복권에 당첨돼서 번듯한 자가 하나 마련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골프가 18홀 타수를 합산해 순위를 정하듯 인생도 우연히 한 홀 잘 맞았다고 해서 마지막까지 잘 살 거라는 보장이 없다. 오히려 항상 일정한 점수를 내는 사람이 인생이란 게임을 보다 잘한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요행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보자는 것이 아니다. 갖춘 사람에게 요행은 분명 인생에 플러스다. 이글이나 홀인원이 터지면 좋아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다만, 요행을 실력이라 착각해 연습을 게을리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갖춘 자들은 다음 게임을 위한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요컨대 마이너스 없이 플러스가 배가 된다는 말이다.


연습, 즉 자기 관리는 막 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르게, 본인에게 맞게 해야 한다. 골프 경력자에게 레슨을 받듯 앞서 성공한 사람들의 조언, 책, 등을 바탕으로 성장해야 한다. 기본적인 것들을 익혔다면 그것을 반복 숙달해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저 단순히 막 휘두르기만 해선 공을 맞힐 수 없다….) 그리고 명심하자. 남들이 봐도 조금 잘 치게 되었다고 해서 자만, 거만하지 말자. 그보다 잘 치는 사람, 본인보다 잘 사는 사람의 수는 그보다 못 치는 사람, 못 사는 사람의 수와 다를 바 없다.


2025년 초, 2024년 한 해 투자종목을 비교해 본 결과 비트코인의 수익률이 일백 몇십 퍼센트로 1위, 코스피200 지수 추종은 수익률이 마이너스 퍼센트라는 뉴스를 본 적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성실함과 노력의 가치는 떨어지고 요행과 한탕주의의 가치는 나날이 오르는 듯하다. 이는 마치 시대가 지남에 따라 아침 한 상이 빵과 커피에 대체되듯이 어쩌면 당연한, 자연적인 현상일 수도 있다. 나는 단지, 성실함과 노력도 플레이 스타일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성실하고 노력하는 사람도 존중받는 세상이 후대에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 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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