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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에 드는 데로

평범한 인물 사전

by 숟가락

2024년 빅뱅의 지드래곤이 7년 만에 앨범을 내고 활동하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빅뱅은 데뷔 때부터 매 앨범마다 빅히트를 터뜨리며 엄청난 인기를 누렸고, 그 중심엔 리더이자 프로듀서인 지드래곤이 있었다. 그는 이후 등장한 수많은 아이돌에게 영향을 미쳤고, 지금도 그의 음악을 사랑하는 팬들이 많다. 나도 열혈 팬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의 음악을 즐겨 들었고, 신곡을 기다리는 사람 중 하나이다. 그는 언제나 다른 가수들과는 차별화된, 자신만의 뾰족함을 지닌 아티스트라고 생각한다.


그런 그가 오랜만에 내놓은 앨범은 많은 이들의 환호를 받으며 차트를 휩쓸었다. 어딘가 불안해 보였던 20대를 지나, 어느덧 30대 중반이 된 그는 음악적으로 완숙해졌을 뿐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한층 편안하고 친근해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요즘(2025년) 그는 MBC <굿데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 중이다. 90년대 말, 2000년대 초 선후배 가수들이 함께 모여 세상을 위해 노래하던 모습을 떠올리며, 지금 우리 사회에도 그런 노래와 장면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방송의 출발점이었다.


133820641567692029.png 이미지출처: MBC 홈페이지

깔깔대며 웃을 만큼 재미있는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그 취지가 참 마음에 든다. 왼쪽과 오른쪽으로 갈라져 서로 치고받고 싸우기만 하는 뉴스가 계속되는 요즘, 함께 하는 모습을 담고 싶다는 그의 진심이 참 고맙다.

내 편, 네 편 없이 그저 함께 음악을 하는 선후배, 연예계 동료, 21세기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한 사람 한 사람으로서 같은 노래를 부르고 같은 감정을 나누는 모습. 상상만으로도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어서 그들이 함께 무대에서 노래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최근 방송에서는 배우 황정민과의 대화가 인상 깊었다. 대한민국의 원톱 배우가 된 황정민은 지드래곤에게 이런 고민을 털어놓았다. 자신의 연기가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조언을 듣고 싶지만 더 이상 아무도 자신에게 그런 조언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배우가 되어버린 그에게 쉽게 충고할 사람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황정민은 내는 앨범마다 대히트를 기록하고 있는 지드래곤 역시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 같은데 어떠냐고 물었다.


그 질문에 대한 지드래곤의 답이 참 마음에 들었다. 내는 앨범마다 한 번도 실패하지 않았던 그이기에 더 이상 아무도 그의 음악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때문에 지드래곤도 비슷한 고민을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것을 넘어서게 되었다고 말했다. '잘한다'아닌 '내 마음에 든다'를 기준으로 삼으면서부터였다. 어쩌면 이미 부와 명예를 모두 손에 쥔 사람이기에 할 수 있는 답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 대답이 멋졌다.


'잘한다'에 초점을 맞추면 잘 못 하면 실패가 되고 괴로워진다.

하지만 '내 마음에 든다'에 초점을 맞추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 앨범이 잘 만든 앨범, 흥행하는 앨범이 되는 것이 중요하지 않고, '내 마음에 드는 앨범', 내가 원하는 앨범이 되는 것이 중요해진다. 그리고 그건 다른 사람에게 받는 평가의 영역을 벗어나게 된다.


나도 작품을 할 때마다 흔들린다.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볼 때 더 많이 흔들린다. 어떻게 하면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 보면, 내 기준이 나 아닌 다른 사람의 시선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아직 아무도 말하지 않은 평을, 혼자 상상하며 스스로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너무 어둡다, 밀도가 떨어진다, 사실성이 부족하다, 상품 가치가 없다, 색감이 단조롭다.’ 이런 단점들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이를 생각하는 주체가 누구인가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다른 사람의 입으로 들을 품평을 생각하며 자꾸 내 자존감을 깎아 먹지 말아야 한다.


이 작품이 내 마음에 드는지, 내가 얼마만큼 더 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스스로 알아야 한다. 그래야 성공이나 실패라는 평가를 벗어나 꾸준히 오래 하는 사람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그것이니까. 오래오래, 끝까지 하는 사람.


내 마음에 들 때까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기, 그리고 그 뒤 세간의 평가는 그들에게 맡기면 된다. 아직 세상은 말하지 않았는데, 내가 먼저 상상하며 지레 주눅이 들 필요는 없다.


세간의 평가를 등한시하겠다는 말은 아니다. 나는 황정민도 지드래곤도 아니니까, 남의 얘기를 한참 귀 기울여 들어야 한다. 다만 작품을 하는 동안에는 조금 더 나에게 집중하려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언가 해야 한다. 그래야 평가도 받고,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오늘만 살 건 아니니까.

집중하자 더 깊이,

내 안의 목소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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