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난자도 정자를 고른다.
우리가 생각하는 정자와 난자의 결합, 수정이란 어떤 이미지일까? 많은 사람들이 고고한 난자를 향해 맹렬히 헤엄치는 수억 마리의 정자를 떠올릴 것 같다. 정자는 경쟁하고 성취하지만, 난자는 그저 머무르고 기다린다는 것은 낡은 편견이라는 것이 과학 세계에서 나날이 드러나고 있다. 난자는 정자를 유인하는 신호 물질을 분비한다. 그러니 난자가 어디 있는지 모르는 정자가 난자를 '향해'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난자 덕택이다. [1]
방향 지시뿐만이 아니다. 난자의 신호는 정자에게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어떤 정자에게는 유리하게, 어떤 정자에게는 불리한 환경을 난자의 신호 물질이 조장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2] 난자 나름대로 좋아하는 정자, 혹은 배우자감을 취사 선택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것을 종합해 보면, 수정이란 결코 일방적인 결합이 아니다. 서로간의 수많은 상호작용이 만들어내는 복잡하고 신비로운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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