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누구도 원치 않는 일이 곧 나의 무기가 될까?
직무는 입사 때부터 명확히 정해진다. 영업, 마케팅,개발, 인사,총무 처럼 자신이 해야 할 업무가 무엇인지 안다. 대기업인 경우 직무순환이 있지만, 비슷한 영역에서의 이동이다. 영업을 주 업무로 하던 직원을 모바일 프로그래머로 발령한다면 퇴사 통보를 받은 것이라 생각 할 것이다.
회사 업무 중에 명확하지 않은 직무가 있다. 직원을 대상으로 공지 글을 만드는 일이나, 공채 로 뽑힌 신입사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는 일들이 그렇다. 특히 강의는 직급이 높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강단 울렁증이 있는 분들은 어디에나 있다. 물론 임원으로 올라가면 자신의 주장과 해야 할 일에 대해 직원들에게 발표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강의와는 다른 영역이다.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 제품설명회 같이 정기적이지 않은 발표업무는 대기업을 제외하고 직무가 따로 정해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
강의안을 준비하고 여러 사람 앞에 서야 하는 자리는 누구에게나 부담이다. 이런 일을 해야하는 이벤트가 생길 때 마다 서로 눈치를 본다. 어느 부서나 이미 결론이 나 있다. 강의를 늘 하던 직원이 또 하게 된다. 정해진 직무가 아니기 때문에 부탁형식으로 강의 업무가 지정되고, 보통 과장, 차장 선에서 마지 못해 진행된다. 표면적으로는 허드렛일이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당사자는 교안준비와, 강의 연습, 마인드 컨트롤 등 준비 해야 할 것들이 많다. 강의는 하고 싶다고, 또 해야 할 상황이라고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고객을 상대로 나가는 CRM(고객만족도조사) 이나, 사내 공지, 강의, 발표 등이 직무를 떠나 개인의 창의성과 재능, 성품등이 있어야 가능한 일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길 때 마다 내성적인 직원들은 고개를 숙이고 자신에게 배당 되지 않기 만을 바란다.
누군가 이런 일을 한번 맞기 시작하는 순간 그는 퇴사할 때 까지 강단에 서야 한다. 신입 사원 뿐 아니라 , 임직원에 대한 설명회 같은 강의 형식의 이벤트가 필요 할 때 마다 모두가 그의 얼굴을 쳐다 본다.
정해진 업무는 선배들의 문서와 그동안의 히스토리를 리뷰하면 업무를 인계 할 수 있다. 청중을 웃기고 집중하게 하는 강의는 하루아침에 업무인계 받았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기술적인 일들은 배워서 가능하지만, 강의는 경험을 통해 만들어 지는 부분이 있어 장기간의 숙달 기간이 필요하다. 본연의 업무 이외에 이런 이벤트 업무를 자발적으로 받아들여 수행하는 직원은 유니크한 위치를 선점한다. 임원들은 이들에게 관심을 갖는다.
5년정도 한 회사에서 근무를 하다 보면 이런 일들이 눈에 보인다. 누군가 해야만 하는 일이지만 그 책임자나 수행자가 딱히 정해져 있지 않은일. 네 일도 아니고 내 일도 아닌 일. 이런 일들은 회사에서 자신의 업무영역을 넓히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치트키가 될 가능성이 높다. 사회 시스템이 복잡해 보이지만,
남들이 불편해하고 힘들어 하는 일을 해결해주는 사람이나 회사가 결국 이기는 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