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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 나 Oct 18. 2021

새벽 3시

내 방에 찾아온 새벽의 달빛

난 항상 새벽 3시를 가리키는 시간이 될 때마다 내가 죽을까 봐 겁이 나. 이러다가 정말 죽을 수 있을 것만 같아서, 꼭 그래야 할 것 같아서. 그래서인지 나처럼 불안해하는 사람을 보면 반갑더라. 근데 딱히 할 말은 없어. 그냥 아주 커다란 방 귀퉁이에 각자 웅크려 앉아있는 기분이야. 이처럼 새벽은 참 무섭고 잔인한 시간인 것 같아. 행복하게 보낸 지난 시간을 마냥 없었던 일처럼 지우는, 내 우울함과 고통들을 깊숙한 곳에서 꺼내려고 악을 쓰는, 빠져 죽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나를 외면한 채 더욱더 깊은 곳으로 끌고 가는 그런 시간. 


사실 나, 나 있잖아. 어제 새벽에 낡은 노트의 종이 한 장을 찢어 유서를 적었어. 어제는 창문 밖에 있는 달에게 편해질 수 있게 해 달라며 소원을 빌었고, 그 전날에는 벽에 붙여놓은 사람들과의 추억이 가득 담긴 사진들을 떼고 붙이는 걸 반복하며 정신 나간 사람처럼 울기도 했어. 새벽 3시만 되면 방구석 한편에 앉아 핸드폰을 했는데 순간 어디선가 흘러나온 물방울이 내 다리 위로 툭 떨어졌고, "뭐지?" 싶어 핸드폰을 들었을 땐 꺼져버린 어두운 화면으로 울고 있는 내 모습을 볼 수 있었어. 이렇게 스스로 괜찮아졌다고 생각할 때쯤이면 찾아오는 새벽이 점점 무섭게 느껴지더라고. 아무런 이유 없이 눈물이 쏟아지고, 누군가 내 옆에 없다는 공허함과 현실이 더 크게 와닿는 시간이니깐. 한 번 터져버린 눈물은 다시 퍼담을 수도 없이 커져 폭우처럼 쏟아져 내리고, 난 그 눈물을 닦아낼 생각은 하지도 못한 채 무릎에 고개를 파묻고 소릴 삼키며 울어댔어. 그래. 새벽은 내게 그런 시간이야. 참 거지 같고 내 밑바닥의 모습까지 만날 수 있는 그런 시간. 


그렇게 생각하며 '도대체 내일은 어떤 새벽을 보내게 될까. 그 시간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반복하는데 요즘의 난 가끔씩 새벽을 기다리곤 해.


웃기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내가 그 시간을 기다리는 이유는 아마 내가 제일 솔직해지는 시간이기 때문일 거야. 밖에선 나의 감정을 숨기며 웃는 모습만 보여주겠지만, 새벽과 나의 작은 원룸이 합쳐지는 그 순간엔 내가 온전한 나를 만날 수 있으니까. 누구나 감정에 깊게 빠져들 수 있는, 고통스러워도 그 고통을 받아들이고 신음을 내뱉을 수 있는 그런.


그렇게 몇 번의 어둠을 보내고 나니 그런 생각이 들더라. 내가 악몽이라고 표현했던 새벽은 날 저 깊은 우울 속으로 밀어 넣기 위해서 찾아온 게 아닌 너라도 네 감정에 솔직해지라고, 울어도 된다고, 네가 울고 있을 동안에 조금이나마 주저앉아 있는 공간에 달을 띄워 빛을 비추겠다고 하며 찾아온 거라고.



아마 이 글을 보고 있는 너 또한 새벽에 울음을 삼키는 것에 익숙해져 있겠지. 가뜩이나 우울한데 차가운 새벽 공기와 어두운 분위기가 날 집어삼킬 것 같다는 생각에 무서울 거야. 하지만 괜찮아. 생각보다 그 시간은 어두우면서도 밝으니까. 그러니 울고 싶은 만큼 실컷 울자. 작은 두 손으로 두 눈덩이를 비벼 붉게 부어오른대도, 다음날 부은 눈으로 아침을 맞게 된다고 할 지어도 말이야.


내가 겪었던, 그 새벽 3시. 그 시간엔 그래도 돼. 남들이 볼까 무서워 숨겼던 시간과는 다르게 어두운 새벽이 우는 모습이 부끄러워 숨고 싶어 하는 널 알아채고 은은하게 저 밝은 달을 가려줄 거야. 그렇게 어두워졌을 때쯤, 아무도 우는 널 몰라준대도 이 새벽은 널 알아줄 거야.


그러니 울어도 돼. 다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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