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간 나도 사랑받을 수 있을까?
최근에 그런 일이 있었다. 자연스레 인연이 닿아 연락을 주고받았고, 서로에게 좋은 감정이 있었는데 '내가 너무 섣불리 생각한 것 같아.'라는 문장 하나로 모든 게 마무리됐던. 상대방은 내게 섣부른 감정이 무섭다며 설명했지만 그건 그냥 변명일 뿐이었다. 한 달 정도 연락하면서 서로의 안부를 묻는 게 자연스러워졌고, 자기 전엔 전화를 해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이 당연한 과정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단 한 마디의 변명으로 관계가 무너졌다 생각하니 관계에 대한 회의감이 내 속을 헤집었다.
도대체 이렇게 된 이유가 뭘까? 하며 고민을 했는데도 답이 나오지 않았고, 결국 끝엔 모든 것을 내 탓으로 돌렸다. 내가 못나서, 예쁘지 않아서, 마르지 않아서.
그 후로 일주일을 물만 마셨고, 다이어트 약이라도 먹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도 해보고, 만났을 때 내가 입은 옷이 별로였나 싶어서 옷장에 있는 모든 옷을 꺼내 정리도 했다. 혹여나 내 말투가 별로인 건가 싶어서 한동안 말을 입 밖으로 내뱉기가 무섭더라. 그렇게 인간관계의 회의감은 날 두렵게 했고, 차츰차츰 내 속과 자존감을 갉아먹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을까. 친구와 함께 술을 마시는데 우리 앞으로 눈에 띄는 사람이 지나갔고 친구에게 잘생겼다며 설레발을 치니, 가서 번호라도 물어보라며 날 부추겼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설렘보단 두려움이 컸기 때문에 내가 별로라고 거절하면 어떡하냐며 괜히 울적해했다. 그 모습을 본 친구는 취한 건지 뭔지 맨 정신으론 해주지도 않을 말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야, 네가 뭐가 못나서 그렇게 무서워해. 저 사람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내가 아는 너로는 네가 더 아까워. 거절하면 그냥 거절하는 거구나 하면서 넘기면 되고, 괜찮다고 하면 괜찮은 거야. 남들 시선에 신경 쓸 필요 없어. 너 지금도 충분히 예뻐. 진짜 하나도 안 못났어."
친구에게서 들은 칭찬이 참 어색하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맨 정신으로 들었으면 '뭐지, 얘 미친 건가?' 싶을 수도 있는 말이었지만 취한 상태여서 그런지 괜히 울컥한 기분이 들더라. 그렇게 자신감을 얻은 나는 바로 달려가서 번호를 물어봤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후에 연락을 하지는 않았지만요.)
나는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자존감을 잃었고, 친구의 단순한 한 마디에 힘을 얻었다.
누군가는 상처를 받으면 받을수록 무뎌진다는데 난 전혀 그러지 못하겠더라. 내 상처는 쌓이지 않고 다른 부분을 더 아프게 긁어왔다. 괜찮을 거라 생각했을 때마다 '네가 괜찮아 보여? 아니 절대 아니야.' 하며 날 더 조여 오는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사람을 만날 때마다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나 덜컥 겁부터 먹게 된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무색해지게 몇 달이 지난 일임에도 난 괜찮아지지 않았다.
이런 두려움은 관계가 이뤄졌을 때도 달라지지 않는다. 상대가 내게 좋은 감정을 품고 있다고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곧 없어지진 않을까, 순간의 감정이진 않을까 하며 끝까지 의심의 끈을 놓지 못하고, 결국 그 끝엔 꼭 "벌어지지도 않은 일을 왜 벌써부터 걱정하는 거야."라는 말이나, "또 왜 그러는데."라는 말을 듣고 만다.
나도 그러기 싫은데, 나도 정말 편하게 사람들과 만나고 단순하게 생각하고 싶은데. 생각하는 것만큼 그 일은 이미 상처를 가득 받아버린 내게 쉽지 않은 일이 되어버렸다. 사랑을 받고 싶었던 과거의 난 기억도 안 날만큼 사랑받는 게 무서워지고, 미움받는 건 싫었던 난 이제 미움받는 게 더 편한 일이 되어버렸다.
근데도 사랑받고 싶다며 발악하고, 아등바등 살아가는 이유는 그의 따뜻함을 알고 있어서겠지.
언제였더라, 인간관계에 지칠 대로 지쳐 힘겨워하고 있을 때쯤 친구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사랑받는 거 좋고, 만나는 거 좋아. 근데 지금의 너는 그럴만한 상황이 아니잖아. 난 너가 사람 만나는 걸 조금 쉬었으면 좋겠어. 네가 네 자신에게 확신이 없는데 그 상태로 누군가를 만나봤자 두려움만 더 커질 거야."
정말 맞는 말이었다. 사랑받는 것도 좋고 사람을 만나면서 상처를 덮어버리는 것도 좋지만 내겐 스스로를 달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게 한참을 생각하고 나니 회의감에 대한 고민이 점점 가라앉았고, 이겨낼 방법을 조금 깨우치게 되더라. 다른 사람을 사랑하기 위해선 나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알아야 하고, 나에 대한 자존감과 자신감, 확신이 가득 찼을 땐 그 누가 아무리 날 싫다고 하더라도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생각을 자연스레 할 수 있게 될 거라는 걸 말이다.
타인으로부터 받은 상처를 덮어버리거나, 또 다른 사람으로 치유할 수 있을 수 있지만 그 후에 또 같은 상처를 받았을 땐 정말 길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나에 대한 것을 내가 제일 잘 아는 것처럼 내가 받은 상처는 내가 치유할 줄 알아야 한다. 사랑은 그것부터 실천하고 나서 해도 늦지 않다.
그러니 조금 더 자기 자신을 사랑해줬으면 한다. 미워도 괜찮다고, 지금도 충분히 예쁘다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보듬어주자. 만약 누군가가 시답잖은 변명을 남기고 내 곁을 떠났다면 그냥 놔버리고 '아쉬운 건 내가 아니라 네가 될 거야.' 하는 조금 자만스러운 마음으로 보내자.
나는 이런 단어들로 안을 채우고 조금 더 원만하게 살아가는 중이다. 그러니 그대도 나처럼 스스로를 믿고 사랑했으면 한다. 제목처럼 '내가 정말 못난 걸까 봐.' 하는 문장은 머릿속에서 지워버려도 된다.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 있고, 사랑받을 수 있다.
사랑은 타인으로부터가 아닌 자신으로부터 이어진다는 걸 잊지 말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