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묘은 Oct 13. 2021

난, 내가 정말 못난 걸까 봐

언젠간 나도 사랑받을 수 있을까?

최근에 그런 일이 있었다. 자연스레 인연이 닿아 연락을 주고받았고, 서로에게 좋은 감정이 있었는데 '내가 너무 섣불리 생각한 것 같아.'라는 문장 하나로 모든 게 마무리됐던. 상대방은 내게 섣부른 감정이 무섭다며 설명했지만 그건 그냥 변명일 뿐이었다. 한 달 정도 연락하면서 서로의 안부를 묻는 게 자연스러워졌고, 자기 전엔 전화를 해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이 당연한 과정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단 한 마디의 변명으로 관계가 무너졌다 생각하니 관계에 대한 회의감이 내 속을 헤집었다.


도대체 이렇게 된 이유가 뭘까? 하며 고민을 했는데도 답이 나오지 않았고, 결국 끝엔 모든 것을 내 탓으로 돌렸다. 내가 못나서, 예쁘지 않아서, 마르지 않아서.


 후로 일주일물만 셨고, 다이어트 약이라도 먹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도 해보고, 만났을  내가 입은 옷이 별로였나 싶어서 옷장에 있는 모든 옷을 꺼내 정리도 했다. 혹여나 내 말투가 별로인 건가 싶어서 한동안 말을  밖으로 내뱉기가 섭더라. 그렇게 인간관계의 회의감은  두렵게 했고, 차츰차츰  속과 자존감을 갉아먹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을까. 친구와 함께 술을 마시는데 우리 앞으로 눈에 띄는 사람이 지나갔고 친구에게 잘생겼다며 설레발을 치니, 가서 번호라도 물어보라며 날 부추겼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설렘보단 두려움이 컸기 때문에 내가 별로라거절하면 어떡하냐며 괜히 울적해했다.  모습을  친구는 취한 건지 뭔지  정신으론 해주지도 않을 말을  밖으로 내뱉었다.


"야, 네가 뭐가 못나서 그렇게 무서워해. 저 사람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내가 아는 너로는 네가 더 아까워. 거절하면 그냥 거절하는 거구나 하면서 넘기면 되고, 괜찮다고 하면 괜찮은 거야. 남들 시선에 신경 쓸 필요 없어. 너 지금도 충분히 예뻐. 진짜 하나도 안 못났어."


친구에게서 들은 칭찬이  어색하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맨 정신으로 들었으면 '뭐지,  미친 건가?' 싶을 수도 있는 말이었지만 취한 상태여서 그런지 괜히 울컥한 기분이 들더라. 그렇게 자신감을 얻은 나는 바로 달려가서 번호를 물어봤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후에 연락을 하지는 않았지만요.)


나는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자존감을 잃었고, 친구의 단순한 한 마디에 힘을 얻었다.



누군가는 상처를 받으면 받을수록 무뎌진다는데  전혀 그러지 못하겠더라.  상처는 쌓이지 않고 다른 부분을  아프게 긁어왔다. 괜찮을 거라 생각했을 때마다 ' 괜찮아 보여? 아니 절대 아니야.' 하며   조여 오는  같았다. 그래서인지 사람을 만날 때마다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나 덜컥 겁부터 먹게 된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무색해지게  달이 지난 일임에도  괜찮아지지 않았다.


이런 두려움은 관계가 이뤄졌을 때도 달라지지 않는다. 상대가 내게 좋은 감정을 품고 있다고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곧 없어지진 않을까, 순간의 감정이진 않을까 하며 끝까지 의심의 끈을 놓지 못하고, 결국 그 끝엔 꼭 "벌어지지도 않은 일을 왜 벌써부터 걱정하는 거야."라는 말이나, "또 왜 그러는데."라는 말을 듣고 만다.


나도 그러기 싫은데, 나도 정말 편하게 사람들과 만나고 단순하게 생각하고 싶은데. 생각하는 것만큼 그 일은 이미 상처를 가득 받아버린 내게 쉽지 않은 일이 되어버렸다. 사랑을 받고 싶었던 과거의 난 기억도 안 날만큼 사랑받는 게 무서워지고, 미움받는 건 싫었던 난 이제 미움받는 게 더 편한 일이 되어버렸다.


근데도 사랑받고 싶다며 발악하고, 아등바등 살아가는 이유는 그의 따뜻함을 알고 있어서겠지.


언제였더라, 인간관계에 지칠 대로 지쳐 힘겨워하고 있을 때쯤 친구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사랑받는 거 좋고, 만나는 거 좋아. 근데 지금의 너는 그럴만한 상황이 아니잖아. 난 너가 사람 만나는 걸 조금 쉬었으면 좋겠어. 네가 네 자신에게 확신이 없는데 그 상태로 누군가를 만나봤자 두려움만 더 커질 거야."


정말 맞는 말이었다. 사랑받는 것도 좋고 사람을 만나면서 상처를 덮어버리는 것도 좋지만 내겐 스스로를 달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게 한참을 생각하고 나니 회의감에 대한 고민이 점점 가라앉았고, 이겨낼 방법을 조금 깨우치게 되더라. 다른 사람을 사랑하기 위해선 나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알아야 하고, 나에 대한 자존감과 자신감, 확신이 가득 찼을 땐 그 누가 아무리 날 싫다고 하더라도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생각을 자연스레 할 수 있게 될 거라는 걸 말이다.



타인으로부터 받은 상처를 덮어버리거나, 또 다른 사람으로 치유할 수 있을 수 있지만 그 후에 또 같은 상처를 받았을 땐 정말 길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나에 대한 것을 내가 제일 잘 아는 것처럼 내가 받은 상처는 내가 치유할 줄 알아야 한다. 사랑은 그것부터 실천하고 나서 해도 늦지 않다.


그러니 조금 더 자기 자신을 사랑해줬으면 한다. 미워도 괜찮다고, 지금도 충분히 예쁘다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보듬어주자. 만약 누군가가 시답잖은 변명을 남기고 내 곁을 떠났다면 그냥 놔버리고 '아쉬운 건 내가 아니라 네가 될 거야.' 하는 조금 자만스러운 마음으로 보내자.


나는 이런 단어들로 안을 채우고 조금 더 원만하게 살아가는 중이다.  그러니 그대도 나처럼 스스로를 믿고 사랑했으면 한다. 제목처럼 '내가 정말 못난 걸까 봐.' 하는 문장은 머릿속에서 지워버려도 된다.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 있고, 사랑받을 수 있다.


사랑은 타인으로부터가 아닌 자신으로부터 이어진다는 걸 잊지 말길.










이전 09화 이대로 숨이 멎었으면 하는 마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