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와, 이번 생은 처음이지?
이 지구에서 과연 두 번째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을까? 굉장한 터닝포인트나 무언가를 만나 새롭게 변했다는 뜻의 두 번째가 아니라 정말 말 그대로 '두 번째 생"을 말하는 거다. 아마 그런 건 모두 드라마나 신비로운 이야기를 해주는 영상에서만 봤었을 뿐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속 세상엔 단 한 번도 첫 번째가 아닌 두 번째 인생을 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한때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나는 왜 잘하는 게 하나도 없을까?"
그 생각을 내뱉은 건 14살 즈음이었을까. 겨우 중학교에 갓 입학해 초등학교보다 조금 더 성장했을 무렵의 나는 모든 일을 경험해본 것마냥 스스로를 비난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때의 나는 세상을 얼마나 살았고, 얼마나 많은 것을 해봤길래 저런 생각을 했던 걸까. 나는 떠오르는 어릴 때의 모습에 설핏 웃었다. 그리곤 공책을 펴 과거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을 한 글자 한 글자씩 써 내려갔다.
"나는 왜 모든 것에 서투른 걸까? 잘하는 게 아무것도 없는 거 같아"
라는 질문을 맨 위에 적고
: "음, 그러게. 처음이라서 그런 거 아닐까? 넌 이제야 겨우 14살이고 처음 살아보는 인생인데 서투를 수도 있는 거지. 처음부터 모든 걸 잘하고 깨달으면 도대체 살면서 뭘 배우고 알아가. 생각만 해도 그거 참 재미없는 인생이다. 그치?"
라는 답을 그 밑에 적었다.
그렇다. 우린 모두 처음 살아보는 인생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에 서투른 자신을 비난하고, 안 좋게 여기며 살아간다. 그건 과거의 나뿐만이 아니라 아마 모든 사람들이 그랬을 거다. 하지만 그건 정말 당연한 일이다.
처음 살아보는 인생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서툶'. 모든 어머니께서 태어나자마자 처음 선물해주신 건 우리가 살아갈 이 세상이고, 그렇게 아무도 방법을 제시해주지 않은 채 맞닥뜨린 세상이니 우린 당연히 모든 것이 처음이고 서투를 수밖에 없다. 처음인데도 능숙하고 척척 해나가는 사람에게 '영재'라는 타이틀을 붙여주는 것처럼 그 수많은 사람들이 영재일 순 없는 거니깐 뭐.
그러니 너무 힘들어하지 말자. 아까도 말했듯이 정말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에게 붙여주는 영재라는 말 또한 그것이 신기하고도 어려운 일이기에 생겨난 것이지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처음부터 다 잘해버리면 그런 말이 없었을 것이다.
여기서 서투름을 느낀 현실 속에 갇혀 자신을 비난하고, 의심하고, 지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정말 아무것도 못 하는 사람이 되어버릴 거다. 그 현실 속에서도 서투른 자신을 인정하고 이해하며 잘해보려고 노력한다면 아마 내 모습처럼 서툴렀던 과거를 웃어넘길 수 있는 그런 날이 언젠간 올 거라고 믿는다.
뭐, 이렇게 서툶을 가진 자신의 모습 또한 이해하며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을 하나 더 알게 된 걸지도 모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