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 나 Oct 13. 2021

좋아 죽을 것 같아!

사랑은 지독한 열병

사랑에는 여러 가지 형태가 있다. 친구나 가족 간의 사랑, 짝사랑, 연애 등등 말로는 다 하지 못할 것들 말이다.


다들 한 번쯤 짝사랑을 한 적이 있지 않은가? 학교에서 만난 친구를 좋아해 보기도 하고, 직장이나 어느 동아리, 모임 같은 곳에서 만난 사람을 마음에 품어보기도 하고. 나는 정말 심각한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이기에 수많은 사람을 좋아했었다. 처음 짝사랑을 했었던 건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중학교 1학년이 될 때까지 약 3년이란 시간 동안 학원에 같이 다니는 오빠를 좋아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기적인 마음이었다. 그 오빠는 날 친한 학원 동생 정도로만 생각했었고, 어릴 적의 나는 그의 생각을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이기적인 마음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일주일에 한 번씩 고백을 했었으니.


한 5번 정도 고백을 했었는데 한 번도 받아들여진 적이 없었다. 그리고 다음 플랜을 실행했다. 이름하여 지인 찬스! 그 오빠와 친한 언니에게 대신 전해달라고 했었고, 그 내용은 '일주일만 사귀어보고 별로면 헤어져도 된다.'였다. (우웩. 내 이야기지만 만약 내가 그 문장으로 고백을 받았더라면 절대적으로 거부했을 거다.) 하지만 그 고백은 성공적이었고, 그렇게 난 190일이라는 시간 동안 행복한 연애를 했다. 뭐, 끝엔 결국 좋지 못하게 헤어졌지만 난 그게 내 흑역사라거나, 안 좋은 추억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지금의 내가 보기에 좋지 못한 방법이었다만 귀엽긴 했거든. 지금은 다시 못 할, 그때의 나, 그 나이대의 나만 할 수 있는 것이었으니까.


그렇게 첫 번째 짝사랑을 끝냈다. 하지만 난 그에 대한 마음을 접지 못한 채 약 2년이란 시간을 보냈다.


그런 마음으로 고등학교를 입학했고 난 더 이상 누군가를 좋아하지도, 짝사랑을 하지도 않겠다는 마음을 가졌다. (오래가진 못했지만) 그러고 고등학교 2학년이 됐을 땐가 내게 또 다른 사랑이 찾아왔다. 자연스럽게 인연이 됐고, 인연이 연인이 된 그런 케이스.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수학여행에 간 날 내게 카톡으로 좋아한다 고백을 했던 순간, 내가 어학연수를 가게 됐던 8월의 중반 영상통화를 걸어 울면서 보고 싶다 말하던 순간, 처음 1박 2일로 여행을 갔던 우리, 늘 학교 앞에서 기다렸던 모습. 이별이 무색하리만큼 아직도 너무나 생생하다. 물론 끝엔 좋지 못했지만 약 1년이란 시간 동안 슬프고, 행복하고, 우울했던 모든 날을 함께 보내며 서로에게 의지했던 만큼 그 기억은 아마 내게 평생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


그 이후로 썸도 많이 탔고, 몇 번 연애도 해봤고, 짝사랑도 해봤지만 사랑이란 건 원래 좋아 죽을 것 같은 마음이 너무 뜨겁게 타올라 지독한 열병을 앓게 하는 감정인만큼 절대 다신 하지 않으려 노력을 하기도 했다.


원래 다 그런 거라더라. 좋아하면 의미부여를 하게 되고, 기대를 하기도 한다고. 하지만 상대방의 감정이 나와 똑같지 않다는 걸 아는 순간 바닥으로 떨어지는 거라고. 사랑에서 오는 모든 건 행복을 주기도 하지만 때론 상처와 흉터를 남길 수도 있다는 거 말이다.


최근에 한 책에서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에 대한 차이를 본 적이 있다. 좋아하는 건 무언가를 따지지도, 바라지도 않지만 사랑하는 것에선 그 사람이 나만을 사랑해주길 바라는 마음, 기대, 함께 있을 시간 등등 많은 걸 필요로 한다고. 그 내용을 보면서 "내가 누군가를 마음에 품었던 건 과연 좋아했던 걸까? 아니면 사랑했던 걸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난 분명 누군가를 좋아했었을 때에도 상대방에게 똑같은 크기의 마음과 감정을 원했는데. 중학교 때 이기적인 마음으로 상대에게 부담을 준 건 아닌지. 연인이라고 너무 큰 마음의 짐을 얹어준 건 아닌지 하는 고민이 생겼다. 근데 한 편으로는 굳이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에 경계를 두고 나눠야 할까?라는 생각도 했다. (책에 본 내용을 비판하거나 부정하는 건 아니다. 절대요.) 그냥 좋으면 좋은 거고 좋다가 사랑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거고. 복잡한 것보다는 좋은 게 좋은 거니까.


나는 너무 솔직한 사람이어서 앞에 사람이 있든 말든 좋을 땐 "아 좋아 죽을 거 같아!"하고 소리치기도 하고, 싫을 땐 "오늘... 너무... 최악이야...."라고 이야기한다. 그 솔직함이 좋은 작용을 할 때도 있지만 때론 안 좋은 작용을 하기도 하더라. 가끔 사람들이 내게 감정을 숨길 줄도 알아야 된다고 하는데 나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 좋음을 표현하는데 숨길 필요가 뭐가 있을까. 말 못 해서 나중에 후회하는 것보단 나을 텐데.



이 글을 보는 그대는 지금 사랑을 하는 중일까? 좋아 죽을 것 같은 마음을 애써 억누르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좋아하는 상대방의 주위를 맴돌고 있는 건 아닐까?


어릴 적의 나는 참 이기적인 사랑을 했지만 그래서인지 끝이 났음에도 후회가 없는 것 같다. 약간, 좋아하는 마음을 다 보여줬으니 끝에 아쉬워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그대가 지금 누군가를 좋아하고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좋아한다 표현했으면 좋겠다. 만약 그에 대한 답변으로 거절이 온다면 그 사람은 자기를 좋아해 주는 사람, 나라는 예쁘고 큰 존재를 놓친 거니까 좌절에 빠질 필요 없다.


어느 누군가는 짝사랑을 할 때 상대방에게 기대를 품거나 무언갈 바래선 안 된다라고 하지만 그럼 뭐 어떡할 거냐. 사랑은 내가 좋아한다는 감정을 상대에게 알려주거나 들키는 것부터 시작될 텐데.


그러니 조금 더 용기를 내자. 이기적인 마음이어도 된다.


누군가가 나를 좋아해 주는 것이 감사한 일인 것처럼, 그대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건 그 사람에게 정말 큰 힘이 되고, 감사한 일일 테니까. (물론 피해를 주는 일은 예외이다.)






이전 07화 세상에 영원한 건 없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