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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묘은 Oct 13. 2021

꿈꾸지 않는 어른은 되고 싶지 않아

자면서도 꾸는 게 꿈인데

내가 무언가를 구별할 줄 알게 됐을 때쯤 엄마가 이런 말을 하셨다.

"경험만큼 중요한 건 없어. 엄마는 네가 하고 싶은 거, 할 수 있는 거 다하면서 살았으면 해."


무엇보다 경험을 중요시했던 우리 엄마. 그걸 그대로 받아들인 나는 정말 어렸을 때부터 많은 걸 해왔다. 춤이 좋아 댄스팀에 들어가 대회도 나갔고, 노래가 좋아 밴드에 들어갔고, 갑자기 미용을 해야겠다며 미용고등학교를 진학했다. 가고 싶은 직장을 정해 취업에도 성공했고.


어떻게 보면 참 별나다 라고 할 수 있겠다. 하고 싶은 건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남들이 안 될 것 같다고 한 일에도 무조건 시도는 해보니까. 늘 하고 싶은 게 많은 건 좋은 거라고 생각해 이것저것 일 벌이기도 참 좋아했다. 몸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여도 내가 하고 싶은 거니까. 하면서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기도 했고.


근데 요즘 들어 과거의 내 모습이 보이지가 않는다. 현실에 찌들어버린 건지, 너무 지쳐버린 건지 잘 모르겠지만 분명 내가 하고 싶은 일임에도 모든 걸 놔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돈만 있으면 꿈 따윈 없어도 좋을 것 같다는 마음도 들더라.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도 모두 돈을 위한 일이 아닐까? 하는 의문감과 함께 꿈이 밥 먹여주는 건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도 종종 하고.


처음엔 그냥 심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지칠 대로 지쳐서 이런 거라고. 조금 쉬고 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게 아니라 정말 꿈을 잃어버렸다는 걸 알게 됐다.



처음으로 들어간 직장에서 적성이 안 맞는구나를 깨달았고, 그렇게 3개월 만에 퇴사를 했다. 처음엔 내가 끈기나 노력이 부족한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냥 적성에 안 맞는 일이구나 하면서 넘겼고 지금 일하는 직장으로 이직을 하게 됐는데 이마저도 내가 좋아서 한다는 느낌보다는 정말 돈이 필요해서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꿈을 꾸는 게 행복했던 과거의 내가 너무나도 부럽고, 그리웠다. 힘들어도 행복했던 그때가.


그래서 난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으려 발악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일/집/일/집을 반복하는 게 아니라 일을 하고 나서도 집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잠을 줄여서라도 하고 싶은 그런 무언가를 찾고 싶었다.


그때 문득 생각난  책과 글이었다. 초등학생  엄마는  근처에 있는 만화방에 나를 자주 데리고 가셨는데, 장르를 불문하고 만화든, 소설이든, 에세이든 모든 책이 네게 주는 것과 느끼게 하는  있을 거라고 말씀하셨고  시점부터  책을 좋아했다. 순간 그때의 기억이 몽글몽글 떠올라  근처에 있는 서점에   6권을 샀고, 일주일 동안 읽으며 느꼈다. ', 내가 정말 좋아하는 거다. 책을 읽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직접 글을 쓰는 . 그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이고, 해야  일이다.' 라고 말이다. 처음엔 어떻게 시작해야 될지 몰라 인스타그램에 나의 일기를 올렸다. 우울하고도 형편없는 글이었지만 가끔씩 공감해주시는 분이 있었고, 그때마다 진심으로 행복해하며  많은 양의 글을 썼다. 읽어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가끔씩 글을 읽고 감사하다고 메시지를 보내는 분들을 보며 작가의 꿈을 꿨다.


이 과정은 꿈을 잃어버렸던 과거의 나를 청산하고 새로운 꿈을 향해 달리게 된 계기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찾으려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좇아 달려도 찾을 수 없었던 내 꿈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었다.


꿈을 가지기 위해서 필요한 건 아마 돈이나 실질적인 무언가가 아니라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찾는 게 아닐까.


친구들이 "일 그만두고 싶다. 재미도 없고 행복하지도 않아."라는 말을 할 때마다 나는 "그럼 그만둬. 세상에 얼마나 재밌는 게 많은데. 그런 것들에 매달려서 살아가기엔 네 시간이 너무 아깝잖아."라는 대답을 한다. 사실 나도 안다. 일을 그만두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과,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 순 없다는 걸 말이다. 그럼에도 그렇게 대답한 이유는 싫은 일을 빨리 정리해야 내가 뭘 하고 싶어 하고 뭘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보다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말했듯이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나도 현재 퇴사를 못하고 있지만 그 상황 속에서도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으며 산다. 지금 이렇게 휴무를 글 쓰는 걸로 보내는 것처럼 할 수 있는 방법은 참 많다. 가끔씩 내 주변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한다. "넌 그걸 잘하니깐 할 수 있는 거잖아. 난 이게 아니면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는 걸?" 이 말을 들을 때마다 말문이 턱 막힌다. 안쓰럽고 속상해서가 아닌 정말 할 말이 없어서. 정말 솔직하게 말하자면 난 아직도 잘 모르겠다. 왜 해보지 않은 일에 포기할 마음부터 가지는 건지. 지금 하는 일도 처음에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감과 함께 했을 테고, 지금 이렇게 잘하고 있는데 왜 사람들은 다른 일을 시작하는 것엔 시도도 안 해보고 덜컥 겁을 먹어버리는 걸까.


이 글을 보고 누군가는 '알지도 못하면서.'라는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맞다, 난 아무것도 모른다. 아직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완벽한 확신도 없고, 나도 가끔씩 겁이 나니까. 그렇지만 한 번쯤은 스스로에게 솔직해져 보자. 정말 못할 거라는 걸 완벽하게 예상하는가? 그냥 단순히 한 번도 안 해본 일이기에 두려움을 느끼는 건 아닐까? 만약 완벽하게 예상한다면 더 이상 할 말은 없다. 못할 거라는 걸 확신한다면 차라리 안 하는 게 나을 테니까.


난 지금 방법을 제시해주는 것도 아니고, 할 수 있는 것을 명확하게 알려주는 것도 아니다. 그냥 단순히 현재 하고 있는 일이 행복하지 않다는 걸 아는데도 계속할 마음이 있나.라는 물음표를 남기는 것뿐이지.


자, 우리 어렸을 때로 돌아가 보자. 분명 꿈도 많았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고, 사고 싶은 것도 많았던.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사회와 현실에도 두려워하는 것 없이 꿈꾸며 설렘에 부풀어 있었던 그때. 돈보다는 꿈을, 공부와 현실보단 하고 싶은 일을 꿈꾸었던 그때. 커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는 물음에 "전 정말 멋있는 사람이 될 거예요. 대통령 돼서 짱 먹을래요." 하며 깨끗한 웃음을 지었던 우리의 과거. 어렸을 땐 우리 모두 그랬을 거다. 가끔씩은 막연한 꿈을 꾸면서 행복했으니까.


그때와 많은 게 달라졌지 않느냐고 한다면 난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우린 달라진 게 없다. 그냥 잠깐 현실에 부딪혀 주저앉았을 뿐, 우리가 그리던 미래와, 꾸었던 꿈은 언제까지나 우리의 곁에서 기다리고 있다.


그러니 숙인 고개를 들어 자신의 모습과 이 세상을 바라봤음 한다. 꿈을 꿀 수 없다는 건 너무 비참하니까.


만약 현실의 바람을 견디고 견뎌 그 끝에 꿈을 되찾았다면

그것은 당신이 비로소 완전한 모습의 어른이 되었다는 증거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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