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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제시 Oct 17. 2022

사람 사는 건 다 똑같다지만



봄도 아니고 여름도 아닌 애미한 날씨도 이제는 점점 익숙해져 간다. 

갑자기 엄청 화창한데 비가 온다던가, 엄청 날씨가 흐렸는데 갑자기 다시 좋아진다거나 하는 일들은 예삿일이다. 그래도 6월 중순에 이르자 해가 쨍해지면서 대체로 맑고 화창한 날들이 이어지고, 아이스크림을 부르는 날씨 덕분에 일복도 터졌다.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퍼레이드, Victoria Day 



하루 8시간, 일주일에 40시간의 근무. 


빅토리아 아일랜드 자체가 관광지로도 워낙 유명하니 주중, 주말 가릴 것 없이 관광객들로 북적였고, 거기에 런치 타임이 되면 현지인들까지 더해져 손목이 부러져라 스쿱질을 해야 했다. 가끔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즐겁게 일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힘을 들지만, 마주하는 캐나다 대자연은 언제나 힐링을 줬다. 

그냥 숨 쉬는 것만으로도 모든 게 상쇄된다.



엑스맨 촬영지로 유명한 Hately Castle에서의 추억                                                                    



일을 하면서 느끼는 감정은 다양했다.


나는 사실 외국에서 일하는 것은 뭐랄까, 엄청 여유롭고 항상 유쾌하고 자유로운 사고방식으로 운영될 것만 같은, 뭐 그런 이상한 환상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러나 요 몇 달 일한 사이에, 그런 것들이 보기 좋게 깨져버렸다. 역시나 사람 사는 건 다 똑같다고, 한국만큼 이상한 놈도 많았고, 꼰대는 어딜 가나 있고, 보스가 떠나면 이때다 싶어서 모여서 뒷담 까기 바쁜 것은 어쩜 이렇게 똑같은지.


그리고 이쯤 되니 느끼는 건데, 생각보다 외국인 친구들과 절친해지기가 어렵다는 거다. 물론 천성이 워낙 소심하고 겁이 많고 생각이 많아 그런 것도 있겠지만, 뭔가 외국인들에게 먼저 다가가고 시시콜콜한 얘기도 나누고 일 끝나고 따로 만나 노는 것도 멀게만 느껴졌다. 뭐 그럴만한 영어 실력이 안 되는 점도 문제긴 하다.


특유의 지레짐작하고 척해버리는 버릇과 상대방이 먼저 관심 가져주기만을 기다리는 이 소심함이, 하물며 문화가 다르고 언어가 다른 외국인들에게는 어떻게 비쳐질까? 그저 마음 가는 대로 느끼고 표현하면 되는데 그게 참 어렵다. 덕분에 나는 아직도 캐나다에 이렇다 할 친구가 없다. 그러다 보니 결국 돌고 돌아 찾게 되는 건 한국인 워홀러 친구들이니. 참으로 속 터지는 현실이다.




하지만 방법이 있나,
내가 더 노력하고 먼저 다가가는 수밖에


망설이다가, 엊그제 보스에게 아예 쉬프트를 마감으로 몰아 달라고 부탁했다. 출근 전 시간을 좀 더 부저린히 활용해보면 좋을 것 같아서. 아침에 운동도 하고 카페 가서 영어 원서도 좀 읽고, Meet up 같은 동아리 모임도 정기적으로 참여해봐야지 다짐하면서.


그렇게 나는 하루씩 이틀씩 그리고 그렇게 조금씩 '적응'이란 것을 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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