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brunch.co.kr/@juanlespins/324
작가주: 어제 발행한 글의 자매글입니다.
밤새 얼음처럼 투명한 침묵을 건너
별빛조차 발끝으로 걷는 잿빛 호수 위에서
나는 오래 전 내 안에 떨어진
작은 조약돌 하나를 어루만진다
그 돌은 기억보다 더 깊은 침묵,
웃음도 울음도 머금지 못한 채
심연의 가장 깊은 어둠을 품은 핵(核)
그러나 새벽이 깨어나기 직전,
저 멀리 수평선이 이유 없이 붉어지듯
돌 속에서도 고요히 숨겨왔던
희미한 맥박이 깨어난다
찰나,
소리없이 번지는 균열
돌에 금이 스며들고
맑디맑은 생의 물이 솟아오른다.
그 틈을 대신 열어줄 이는 아무도 없다
행복은
누군가 대신 열어줄 수 없는
내 안의 비밀스러운 샘
행복은 깃발이 아니다.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다 놓쳐버리면
바람 속으로 흩어져 버리는
헛된 깃발이 아니기에
행복은
내 뼛속 깊이 박혀 있는 뿌리,
바람에 흔들릴수록
더욱 강렬히 대지를 움켜쥐는
조용한 집념
행복은 받는 것이 아니라
깨우는 것.
매일 아침 어둠 속에서
잠든 촛불의 심지를
정성껏 흔들어 일으키는,
말없는 의식(儀式)
마치 겨울 새벽
따뜻한 찻잔을 두 손에 꼭 감싸 쥐듯,
세상의 미약한 온기를
잠시 내 안에 머물게 하는
가장 조용하고도 뜨거운 예술
그렇게 우리는 스스로 행복을 밝힌다.
가장 깊은 어둠 속에서
가장 아름답게